리처드슨 방북 동행 NYT기자 “北 경제난 뚜렷”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15시 29분


북한은 강성대국 진입이 임박했다고 강변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평양발로 보도했다.

NYT는 21일까지 엿새간 평양에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 주지사의 방북 활동을 취재한 자사 베이징 특파원의 기사를 통해 고립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사회의 모습을 상세히 소개했다.

NYT는 방북에서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권력승계를 둘러싼 정치적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명한 조짐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왜 지금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나 무역 재개를 간절히 바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정권은 지난 4년간 김일성 출생 100주년인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열성적으로 선전해왔다.

그러나 100주년 생일 전까지 18개월을 남겨둔 지금, '부흥'이라는 단어는 폐쇄된 공장들과 형편없는 수확량, 발육이 부진한 어린이들로 고민하는 북한의 현재 상황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정권은 강성대국 진입 시한을 염두에 두고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완화할 수도 있는 시도(지난주 리처드슨 주지사를 초청)를 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를 만난 김용대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기자들을 물리치기 전에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서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 억제 덕분에 이제 발전에 집중해서 2012년 경제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밀한 자리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연료와 식량뿐만 아니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부과된 경제 제재 완화가 간절히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NYT는 리처드슨 주지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자가 직접 목격한 북한 특권층 300만 명의 거주지 평양은 경제난의 흔적이 뚜렷했다.

이쑤시개 통처럼 사람들로 빽빽한 낙후된 통근버스, 엘리트층 자녀가 다니지만 석탄이나 나무를 떼는 외국어 혁명학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도로에 방치된 건설자재들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자는 또 평양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북한이 여전히 고립돼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 고려항공은 매일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2편의 비행편 만을 운영했고 방문자들의 휴대전화는 바로 압수됐다.

북한 관리들은 리처드슨 주지사와 취재진 일행에게 '접착포'처럼 붙어 다녔고 허가 없는 인터뷰와 호텔 주차장 밖을 살피는 것도 금지됐다.

기자는 지난 6개월간 최근 중국에 온 북한인 약 20명을 인터뷰한 결과 북한인들의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북한인들은 김정일 정권이 계속 인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반면 남한이 훨씬 더 부유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先軍) 정치를 지지했다.

한편 평양 지하철 부흥역에서 평양 시민들은 남한과 군사적 충돌에 관한 기사를 읽었으며 한 남성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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