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터미네이터 주지사’ 쓸쓸한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8시 46분


할리우드 액션스타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63)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쓸쓸히 퇴장한다.

오스트리아 보디빌딩 챔피언이었던 슈워제네거는 2003년 10월 그레이 데이비스 당시 주지사가 주민 소환투표에서 불신임당한 뒤 치러진 특별선거에서 당선되고 재선까지 성공해 한때 미국 이민자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으로 꼽혀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슈워제네거는 2004년 5월 지지도가 65%까지 올라가는 등 큰 인기를 누렸으나 2008년부터 캘리포니아에 경기침체의 한파가 몰려오면서 주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급기야 지지도 22%라는 초라한 `유산'을 남겼다.

캘리포니아 지역 언론도 퇴임하는 슈워제네거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일 주 재정위기 속에 특별선거를 통해 주지사에 당선됐던 슈워제네거가 7년을 재임하고도 너무나도 똑같이 주 재정위기 속에서 지사직을 떠난다고 논평했다.

슈워제네거 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의 업적을 옹호했지만, 주(州)의 신용을 높이고 재정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슈워제네거는 이 인터뷰에서 임기 초반에 큰 실수를 했다면서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고통을 모든 유권자와 함께 감내했었어야 했는데, 쉽게 150억 달러를 빌리는 방안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임기 초반의 정책 실패는 임기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고, 슈워제네거는 결국 수백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또다시 후임자에게 물려주게 된 것이다.

이처럼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에서 인기는 추락했지만, 미국 전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전히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탓에 그의 다음 행보에 자연히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달 LAT와 다른 인터뷰에서 퇴임 후 여러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서전 집필과 연사로서 활동, 비즈니스 프로젝트, 할리우드 복귀 등 다양한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에는 슈워제네거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서 환경이나 에너지 관련 임명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21세에 무일푼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슈워제네거가 영화터미네이터에서 외친 명대사 "I'll be back"(나는 돌아올 것이다)처럼 어떤 모습으로 다시 대중 앞에 돌아올지 주목된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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