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中대사 “北에는 덩사오핑이 없다…화폐개혁 경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4일 17시 36분


북한이 2009년 11월 말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때 당시 주한 중국대사는 이를 `경솔한 조치'로 평가하면서 시장 탄압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미국 외교전문에 나타났다.

또 중국의 한 외교관은 폐쇄적인 북한의 대외정책을 중국의 명.청 왕조 교체기 때 대명 외교에 치중했던 조선의 사례에 비유하며 한국(남북한을 통칭)이 "시대에 뒤처지는 데는 역사적 전통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 25만 건 중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가 입수해 최근 공개한 2009년 12월24일자 주한 미국대사관발 전문에 적시됐다.

◇“北에는 덩샤오핑이 부족하다”

전문에 따르면 2009년 12월21일 청융화(程永華) 당시 주한 중국 대사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가진 만찬에서 20여일 전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을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경솔한 시도(ill-advised attempt)'로 평가했다.

청 대사는 또 "사람들이 돈을 얻었을 때 `지니(램프에서 나와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를 병에 다시 넣기는 매우 어렵다"며 "중국인들이 집과 차를 샀는데, 정부가 자산 소유가 불허되던 시절로 시계를 되돌리려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중국의 개혁노선을 따랐으면 지금 더 잘살게 됐을 것"이라며 "북한에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배석한 천하이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 참사관은 북한이 현대 경제학과 무역 원칙에 대해 초보적인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와 북한 대미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 사이의 대화를 소개하고, 북한 당국자 중 다른 누구보다 서방 경제에 많이 노출된 강 부총리가 무역적자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韓전통”

천 참사관은 또 북한의 폐쇄성이 한국(남북한 통칭)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지 100년이 지난 시점까지 한국은 명나라 왕실에 조공을 보내고, 명나라의 풍습과 전통을 고수했다"며 "작은 나라인 한국은 `변화에 굴복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천 참사관은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대북 메시지에 북한이 호응할 것으로 낙관했다.

아울러 청 대사는 북한 당국자들과 처음 대화할 때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시계를 30년 이전으로 돌렸다고 생각하니 만사 편했다"고 토로했다.

◇“美전략적 인내 필수적이나 불충분”

당시 청 대사는 미국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해 대체로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기까지 너무시간을 끄는 것도,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 대사는 또 2009년 한해 중국이 북한과 핵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북한의 행동 중 일부는 분명히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점을 주기적으로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청 대사는 또 북한이 한정된 지렛대를 잘게 나눠서 사용하는 협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미국의 대북 기조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 대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그것이 정권 승계에 갖는 의미 때문에 북한이 대미 대화단절의 장기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그 무렵 북한산 무기를 실은 화물기가 방콕에서 차단당한 사건이 북핵 6자회담 재개 전망을 해쳐선 안 된다며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체면을 세워주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中외교부 시니어들 조차 북한보다 한국근무 선호”

천 참사관은 중국 외교부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8~10년간 유학 또는 근무한 경력을 갖춘 시니어 그룹', `중국 국내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으로 학위를 딴 중견 간부 그룹', `한국에서 한국 관련 전문성을 쌓은 신흥 주니어 그룹'으로 구분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교부내 한국 전문가 그룹에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북한에서 공부한 시니어들조차도 북한보다는 일이 더 실질적이고 다이내믹하며, 삶의 질이 나은 남한에서의 근무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인터넷 뉴스팀


위키리크스 폭로, 전 세계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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