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9년 11월 말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당시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가 이를 ‘시장 통제를 강화하려 한 경솔한 시도(ill-advised attempt)’라고 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미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 25만 건 중 재미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가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를 통해 입수했다고 밝힌 2009년 12월 24일자 주한 미국대사관발(發) 전문에서 확인됐다.
전문에 따르면 청 대사는 2009년 12월 21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만찬에서 북한의 화폐개혁을 ‘경솔하다’고 평가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예를 들면서 “덩샤오핑은 개방의 창문을 열어젖혔을 경우 파리나 모기가 몇 마리 들어온다고 해서 창문을 닫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 당국자과 만났을 때의 답답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 시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니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참사관은 북한이 현대경제학과 무역원칙에 대해 초보적 수준의 이해력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자 중 다른 누구보다 서방 경제에 많이 노출된 강석주 내각 부총리조차 무역적자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천 참사관은 폐쇄적인 북한의 대외정책을 두고 “한국(남북한 통칭)에는 시대에 뒤처지는 역사적 전통이 있다”며 “조선이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100년이 지나도록 명나라 왕실에 조공을 보내고 명나라의 풍습과 전통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나라인 한국은 변화에 굴복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북한에서 공부한 중국 외교부 내 시니어 외교관들조차도 북한보다는 일이 더 실질적이고 다이내믹하며 삶의 질이 나은 남한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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