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기후변화 재앙? 美서 또 죽은 새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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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전조인가, 기후변화의 재앙인가.'

새해 벽두 미국 아칸소 주에서 찌르레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한 데 이어 루이지애나 주에서도 죽은 새들이 무더기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영국 가디언은 4일(현지 시간) "미 루이지애나 주 포인트 쿠피 패리시 카운티에서 찌르레기 500여 마리가 죽은 채 길거리를 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지난해 12월 31일 밤 찌르레기 떼가 떨어진 아칸소 주 비브 시로부터 300마일(약 483㎞) 정도 떨어진 곳이다.

동물들의 떼죽음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비버 시에서 100마일(약 161㎞) 떨어진 아칸소 강에선 죽은 물고기 10만 마리가 집단으로 발견됐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버지니아 주 체사피크 만에도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해안으로 밀려왔다.

연초부터 기이한 일들이 잇따르자 지역 주민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루이지애나 주의 한 경찰은 "사건 원인을 묻는 주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언급하며 종말론의 전조라며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운전 중에 새의 사체가 자동차로 떨어지는 등 충격적인 경험을 한 주민들은 정신적 고통까지 호소하는 지경이다.

네 사건 모두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판명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새와 물고기의 떼죽음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고기는 이런 일이 흔하진 않아도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어 과 한 종류만 죽은 것으로 봐선 갑작스런 전염성 질병이 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찌르레기 경우엔 좀더 복잡하다. 지금까진 하늘에서 돌풍이나 벼락을 맞았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부검 결과 가슴 언저리의 외상과 내출혈은 발견됐으나 질병 흔적이 없어 외부 충격으로 인한 죽음이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4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종의 새떼가 둘 다 돌풍이나 벼락으로 죽는다는 건 확률이 너무 낮다. 루이지애나 주 조류보호협회의 그렉 부처 회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며 "자연 재해보단 인간이 벌인 환경오염 탓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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