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참사 딛고 추모식서 다시 하나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기퍼즈의원 마침내 눈을 떴습니다”오바마 3번 반복… 2만 추모객 환호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이 처음으로 눈을 떴습니다.”

12일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의 애리조나대에서 열린 총기 난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엄숙하고 슬플 것만 같았던 추모식장은 이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총격으로 머리에 중상을 입은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의 남편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이기도 한 마크 켈리 씨는 좌우에 앉은 미셸 오바마 여사와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과 맞잡은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여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가득했고 단상의 오바마 대통령도 연설을 멈추고 박수로 화답했다. 기퍼즈 의원의 수술을 집도한 한국계 의사 피터 리 박사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8일 재러드 러프너 씨의 총기 난사로 연방판사 등 6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한 비극적인 사건의 현장에서 미국은 다시 하나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연설도 미국의 단결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서로를 공격하거나 비판해서는 안 되며 우리 스스로 희망과 꿈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건을 우리의 도덕적 상상력을 확대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반대 의견을 가진 정치인을 적(敵)으로 규정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극단적인 대결 구도와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담론이 지나치게 양분화되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는 한편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사소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치 폭력을 조장했다는 일각의 비난을 받고 있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약 8분짜리 동영상에서 “언론인들이 증오를 고무하고 있다”며 “희생자의 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