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D-1]후주석 방미를 바라보는 중국의 기대와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美, 후주석에 레드카펫” 中 언론 ‘오후동주’ 띄우기

1971년 핑퐁외교 이후 ‘40년 만의 힘겨루기’로 불리는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단호한 어조로 자신감을 표출했다.

○ 높아진 자신감

후 주석은 2008년 8월 올림픽 개최 직전 외신기자 공동 인터뷰를 포함해 최근 2, 3년간 두세 차례만 서방 언론과 인터뷰할 정도로 언론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는 그가 작심하고 할 말을 하기 위해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후 주석은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현재의 국제통화시스템은 과거의 산물”이라고 말해 장기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과 관련해 “환율 변화는 다양한 요인의 결과”라며 “미국 주장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환율정책을 좌우하는 주 요인일 수는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후 주석은 “미국과는 21세기에 긍정적이고 협력적이며 포괄적인 미중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방미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는 이번 회담이 지난해 양국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시작으로 한반도에서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대응에 이르기까지 이견을 노출하며 갈등을 겪은 후 성사됐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 협력을 통한 이익 기대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이번 정상회담은 21세기 새로운 10년을 여는 중요 좌표”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략적 협력과 상호 이해를 한층 강화하는 주춧돌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통신은 중국과 미국이 정치체제, 이데올로기, 전략적 목표가 다르기는 하지만 상호신뢰가 공동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미국이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중국과 미국이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상황이라면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은 방향타이고, 실용적인 협력은 배의 엔진에 해당한다면서 전략적이면서 실용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통신은 상호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한반도 긴장 해소, 이란 핵 문제, 테러 대처 협력, 기후변화협약, 유엔 개혁 등을 꼽았다.

신화통신은 또 후 주석이 미중관계의 새 시대를 여는 ‘청사진(블루프린트)’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예수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는 16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미 관계는 상호 협력을 통한 이익이 서로의 이견보다 훨씬 크다”며 “글로벌 도전이 많은 시기에 양국 협력은 필수이며 양국 관계는 제로섬 관계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호응하듯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는 “양국 관계는 현재나 미래나 건강한 발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중국어를 구사하는 전문가답게 양국이 ‘다름 속에서 같음을 추구(구동존이·求同存異)’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4자성어로 표현했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은 17일 ‘백악관이 후 주석의 방미를 위해 레드카펫’을 깔았다는 기사에서 백악관이 후 주석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후 주석의 방미를 가장 격식이 높은 국빈 방문으로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중국인 60%가량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

전 주미대사이자 보아오포럼 비서장을 맡고 있는 저우원중(周文重) 비서장은 “21세기 10년이 지나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때 이뤄지는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10년의 양국 관계 좌표를 만드는 회의”라며 “지난 10년간 상호협력 시대였던 만큼 또 다른 10년도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년 만에 두 나라 정상이 8번째 만나지만 불신의 높은 벽은 여전하다며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11일 베이징에서 후 주석을 면담할 때 전해진 중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 J-20 시험 비행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 등 회담장의 중국 관리들이 시험 비행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한 것 같다며 “후 주석이 군을 장악하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후 주석의 군 통수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발언을 수정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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