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D-1]美 따라붙는 中… G2 파워시프트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2009년 오바마 “中성장 안막아” 美 여전히 한수위? →
2011년 클린턴 “中위협론 거부” 대등한 관계 인정?

“미국은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를 반대하지 않으며 중국이 책임있는 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1월 중국 방문 기간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및 상하이(上海)에서 대학생들과 가진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 발언을 크게 소개하면서 2008년 하반기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아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발언이라고 논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하면서 미중 간에 권력 이동(파워 시프트·power shift)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1년여 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는 여전히 미국이 한 수 위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으며 중국도 적어도 겉으로는 이를 수긍하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1년 4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어떤가. 후 주석은 18일 미국 방문에 앞서 가진 미 워싱턴포스트 및 월스트리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기축 통화로 자리 잡은 현재의 국제통화 시스템은 과거의 산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 압력 등에 더는 ‘공격’만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도전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또 그는 “우리(미국과 중국)는 냉전시대의 제로섬(zero-sum)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4일 ‘바람직한 21세기 미중관계’를 주제로 한 국무부 연설에서 “21세기 양국관계에 19세기식 제로섬 공식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양국은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전망을 갖고 있지만 서로 깊이 관여하고 있고 갈등보다는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 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도 미국과의 관계냐 중국과의 관계냐 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구태의연한 제로섬의 틀을 뛰어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관계임을 공식적으로 바탕에 깔고 얘기할 만큼 이미 발밑에서는 ‘파워 시프트’가 진행되고 있음을 불과 1년여 사이에 나온 양국 최고 지도자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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