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사진)이 14일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비서’인 외교안보수석이 외국 언론을 상대로 실명 인터뷰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천 수석은 16일 동아일보가 PBS 인터뷰와 관련해 묻자 “실명을 밝혀도 좋다”고 했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천 수석이 이처럼 실명으로 인터뷰 등에 응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선 청와대는 19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주목한다. 이 중대한 회담을 앞두고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남북대화 주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줄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일부 학자가 ‘대화하자는데 못할 게 있느냐. 한국이 대화를 가로막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 간 외교채널에선 대화가 오가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이 “미 정부 내에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고 보도하는 기류도 감안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을 동행 취재하는 PBS방송이 청와대에 ‘고위 인사 인터뷰’를 요청했다. 청와대는 내부 회의를 거쳐 천 수석으로 하여금 TV 카메라 앞에서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견해를 미국 시청자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천 수석이 미국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북한이 위장 평화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천 수석이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자꾸 대화를 하자며 스토킹하고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며 “북한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자신의 소행임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게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진정성을 파악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4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30∼40분간 진행된 인터뷰는 편집과정을 거쳐 6분 38초 분량으로 15일 보도됐다. 인터뷰 진행자는 방송과는 별도로 쓴 인터넷 기사에서 “흠잡을 데 없는 영어(flawless English)로 정책이 설명됐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편집과정에서 강경 일변도로만 오해받을 소지를 남겼다”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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