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과도내각, 국민 분노 못재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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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인물 다수” 시위 다시 불붙어… 프랑스 “독재정권 옹호는 실수” 사과

‘재스민 혁명’을 이룬 튀니지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18일 시민 수천 명이 전날 출범한 여야 통합 과도정부 내각에 독재 정권에 몸담았던 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항의하며 내무부 청사를 향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하며 강제 해산에 나섰지만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시위는 수도뿐만 아니라 튀니지 곳곳에서 벌어졌다.

과도 정부 내각 23명 중 8명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 행정부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무함마드 간누치 총리를 비롯해 국방 내무 재무 외무 등 주요 부처의 장관이 유임됐다. 야권과 학생들은 “과도 정부는 벤 알리 독재 정권의 모조품일 뿐이며, 이는 시민의 피가 어린 혁명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혁명을 주도했으며 과도내각에 참여했던 튀니지총노동연맹(GLUT) 소속의 교통부 차관 등 3명의 각료가 사퇴했다.

한편 튀니지 민주화 요구 시위를 방치하고 마지막까지 독재자 편을 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전 식민통치국 프랑스가 17일 무릎을 꿇었다. 튀니지 정부의 시위 진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던 미셸 알리오마리 외교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사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튀니지에) 크고 빠른 변화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각 서열 2위인 알랭 쥐페 국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중산층 출현, 교육 수준 향상 등 튀니지의 최근 사회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각한 탄압에 직면해온 국민의 격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이번 사태를 오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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