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同舟시대]<1>막내린 美 단일패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美“中, 국제사회서 큰 역할”… 세계권력 양대패권 공식 선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회담은 세계의 틀이 슈퍼파워 미국의 단극체제에서 미중 양극체제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 드라마다. G2(주요 2개국) 시대의 도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한반도와 남북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중 양국이 구상하는 미래상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미국은 중국을 거대한 잠재 세력으로 여긴다.”(1971년 7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2011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핑퐁 외교 후 40년 만에 미국과 중국 간 역학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이들 말 속에 녹아 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과 후주석 간의 정상회담은 이제 세계 각국이 미중 양국의 ‘파워 시프트’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생존과 발전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예고편 성격이 짙다.

○ 세계가 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이유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세계가 미중 패권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분수령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단일 패권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적이냐 친구냐’라고 관계 설정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후 주석이 18일 워싱턴 도착 서면 성명에서 “양국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은 물론 세계 평화와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한 것처럼 양국 관계의 기상도는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가 양국 정상의 동향을 주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양국 정상은 19일 공동성명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며 포괄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서 평화와 안정 지역 번영에 기여하고 있음을 환영한다”고 선언했다. 두 정상은 극단주의 대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핵 안보 강화, 전염병 및 기아 퇴치, 해적행위 소탕, 자연재해 예방, 사이버보안 강화, 초국가적 범죄 대처, 인신매매 단속, 기후 변화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인권 문제, 위안화 환율,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그리고 원론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개발 등에 대해서는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에 비해 진전된 것이 없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갈등

떠오르는 중국과 세계를 이끄는 초강대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미국의 첨예한 이해가 대립되는 사안도 적지 않다. 양국은 물론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위안화 문제 등이 그것이다. 양국이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돌입하면 ‘미국 단일 패권시대’에 비해 세계 질서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그 때문이다.

19일 양국 정상 기자회견에서 ‘성장하는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인 부상은 전 세계와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평화적인’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쫓기는 자는 쫓는 자가 ‘도전’한다고 느끼는 법.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4일 국무부에서 ‘21세기 미중 관계’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미중 관계는 흑백도, 친구도, 경쟁자도 아닌 복잡한 관계”라고 솔직한 심경을 나타냈다.

2년 후 재선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인권을 강조하고, 환율 압박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점수를 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도 상승이 이를 보여준다.

2년 후 퇴임을 앞둔 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동등한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 중 하나이며 상당 부분 이뤘다고 뉴욕타임스는 평했다. 정상회담과 공동 성명을 살펴보면 세계를 향한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와 함께 ‘오-후’(오바마와 후진타오)의 정치적 계산과 양국 이해 등이 겹겹이 배어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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