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롼스리(軟實力·소프트파워)를 키우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지도자가 최근 강조하는 말이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릴 정로도 급부상한 국력(하드 파워)에 걸맞게 국가 이미지를 가꾸고 중국에 대한 세계의 편견과 오해를 없애려는 목적이다. 2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후 주석은 방미 기간 내내 앞장서서 소프트파워를 강조했다.
○ 후 주석이 공자학원을 찾은 뜻
후 주석은 21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에서 미국 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세워진 ‘공자학원’을 방문했다. 공자는 중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국의 심장이라는 톈안먼(天安門) 광장 옆 중국 국가박물관 앞에 거대한 공자 동상이 최근 세워졌다.
공자학원은 중국 소프트파워를 제고하는 핵심기관으로 해외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곳이다. 2004년 서울에 처음 세워진 이래 2010년 10월 현재 세계 91개국에 322개가 설치됐다. 공자학원보다 규모가 작고 어린 학생을 주로 교육하는 공자교실도 34개국에서 369개가 운영 중이다.
리처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은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중국어 학습을 통해 (시카고) 학생들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또 무역 등 각 영역에서 중국과 더 낫게 교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일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과 미국 CNN에서 방영되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 홍보물도 같은 맥락이다. 또 후 주석이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6년 만에 기자 질문을 받은 것도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라는 게 AP통신의 해석이다.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관영언론의 국제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중국 문화를 세계로 보내라”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추진 중인 ‘12차 5개년 계획(12·5규획)’의 핵심 정책 중 하나를 ‘롼스리 제고’로 정했다. 당의 집정능력 강화를 비롯해 △명품 창조 △과학자 육성 등으로 정치 경제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소프트파워를 높이는 정책이 추진된다.
하지만 중심은 문화다. 공산당 이론지 훙치원가오(紅旗文稿)는 지난해 11월 “문화 롼스리는 국가 영향력의 상징”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차이우(蔡武) 중국 문화부장은 중국 문화의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를 늘 강조한다. 올해 초 차이 부장은 “중국 문화 수출은 중국과 중국의 선의를 더 많은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후 주석은 워싱턴에서 20일 미중관계위원회와 미중실업인협회 주최 오찬에 참석해 “중국은 앞으로 패권이나 팽창주의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 시카고에 도착한 후 주석은 환영만찬에서 “미국이 대중국 수출을 늘리려면 지금까지 묶여 있던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 통제를 완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방미 마지막 날인 21일 시카고 공자학원을 방문한 후 자동차 부품 공장과 태양열 패널 공장 등 미국 내 중국 기업들을 시찰하고 시카고 재계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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