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1일 리처드 데일리 미국 시카고 시장(오른쪽)의 안내로 시카고에 있는 중국 언어·문화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을 둘러보고 있다. 후 주석은 이날 3박 4일간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협력과 우호를 다짐했다. 양 정상의 발언대로라면 향후 미중 관계는 순탄해 보인다. 하지만 양국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주변에 봄이 가득해도 ‘꽃샘추위’가 나타날 수 있다”(22일 신화통신)며 갈등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를 굳힌 중국이 양국 관계뿐 아니라 전(全) 지구적 문제에서 미국과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지, G2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해결 쉽지 않은 경제 현안
두 정상이 첨예하게 맞선 위안화 절상문제는 당면한 ‘화약고’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매달 0.5%씩 절상하던 위안화 절상 속도에 미국은 불만이 많지만 회담 후 절상 추세가 가속화될지는 불투명하다.
환율압박 공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은 450억 달러의 미국 물품을 구입하겠다는 선물 공세를 폈고,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2015년까지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액을 2배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차관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외교통상회의에서 “우리는 중국이 점점 시장 결정적이고 국제통화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간여할 것”이라며 “국제통화시장에서 중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 속도가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분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대만과 인권문제 언제든 폭발 가능성
대만 문제는 난제 중 난제다. 이번 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워싱턴타임스는 “미국이 대만에 F-16 전투기 업그레이드 부품 40억 달러어치를 팔기로 결정했다”며 “국무부 승인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와 대만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지만 중국은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 정부가 2009년 11월 공동성명 후 두 달 만에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승인했고, 이는 지난 한 해 미중 관계 악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팽팽히 맞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외교부는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만관계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1979년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대만관계법은 미국 정부가 대만의 방위 수요에 근거해 대만에 무기를 팔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중국의 이익과 정면충돌하는 법이다.
인권 문제 역시 해법이 쉽지 않다. 두 정상은 이번에도 이견을 확인했을 뿐이다.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지난번과 달리 “인권과 민주를 촉진하는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언제든지 이 문제를 들고 나와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소리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군사교류 강화를 다짐했다.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방중에 이어 천빙더(陳炳德) 인민해방군(PLA) 총참모장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양국 군사교류는 대만 문제와 직결돼 있다. 과거 양국 군사교류는 6번 단절됐으며 그중 3번은 대만 문제 때문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진전을 이룬 한반도 문제 또한 6자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여건은 형성됐지만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첼 그린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AP통신에 “이번 회담은 1루타 2루타는 있어도 홈런은 없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못했고 향후 적어도 수년간 양국 관계는 계속 복잡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칭화(淸華)대 중미관계연구중심 쑨저(孫哲·45·사진) 주임은 2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과의 갈등설이 나오고 있지만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며 “양국이 서로 도울 필요성도 커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큰 협력 기조를 허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가 재개된다면 양국 군 고위층 인사의 교류 중단 등 파장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자체가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쑨 주임은 전망했다.
○중국에 대해 거세질 대국 책임론
후 주석은 방미 마지막 날인 21일 시카고 교민들에게 “이번 방문에서 기대했던 모든 목표를 얻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미국 측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을 두 차례나 언급하며 후 주석과의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게다가 공동성명에 들어간 ‘동반자’라는 표현도 중국으로서는 기다렸던 말이다. 중국은 ‘빅2’로 미국과 나란히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이 ‘빅2’로서 위상을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에 대한 비판은 훨씬 거세질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은 커지는 힘에 따라 행동할 책임도 커졌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고 있다”며 “만일 중국이 이를 무시한다면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21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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