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남수단공화국’ 탄생이 임박했다. 기존의 수단공화국에서 분리될 남수단공화국의 건국은 19세기 유럽 열강에 의한 식민잔재의 청산,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 종식 등 여러 함의를 지니고 있다.
○ 주민 98%가 독립 찬성
9∼15일 남수단 유권자 393만258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무려 98%가 독립에 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식 투표결과는 다음 달 14일 발표 예정이다.
신생 독립국 앞에는 국호, 국기, 국가(國歌) 등을 정하는 기초적인 일부터 시작해 북부 수단과의 분쟁지역 정리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남부 수단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국가창설준비위원회가 지난주에 신생 독립국가명을 ‘남수단공화국(The Republic of South Sudan)’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12개 이상의 국명 후보를 놓고 고민 중인 준비위의 대다수 위원이 ‘남수단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저민 마리얼 준비위원은 “남한, 북한 같은 이름이 존재하는 만큼 수단도 북수단과 남수단으로 했으면 한다”며 “친밀하고 부르기 편하다는 점에서도 좋다”고 설명했다. 남수단공화국이 다음 달 독립을 선언하고, 유엔에 가입하면 유엔의 193번째 회원국이 된다.
하지만 더 힘든 일은 헌법을 제정하고 법률을 새로 만드는 등 국가의 골격을 갖추는 작업이다. 여기에 남북 수단의 국가 채무와 원유 판매수입 배분, 국경지역인 아비에이 유전지역 관할권 분쟁 등 미묘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이하로 추정되는 남수단의 빈곤한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키는가 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다. 남수단 정부는 케냐를 가로질러 인도양으로 향하는 송유관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남수단은 6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는 산유국이지만 현재 송유관은 북부지역에만 있다.
○ 수백만 명의 피로 청산한 식민 잔재
원래 북수단과 남수단은 한 국가라고 하기엔 인종적, 종교적, 지리적으로 차이가 컸다. 북부는 역사적으로 이집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슬람을 믿는 아랍계가 많이 살고 있다. 반면에 남부는 케냐, 우간다와 가깝고 기독교와 민속신앙을 믿는 아프리카 본토 흑인이 많다. 언어도 북부에선 아랍어를, 남부에선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 자연환경도 사막이 펼쳐진 북쪽과 달리 남부는 숲과 늪지대가 많다. 20세기 수단의 유혈참극은 19세기 말 영국의 식민통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은 식민 지배 초기 남북을 분리 통치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두 지역을 하나로 묶어버렸다. 1956년 수단이라는 하나의 나라로 독립을 인정해줬다. 하지만 이슬람계가 지배하는 북부 중앙정부는 기독교계의 남부 지역 주민들을 2등 국민으로 취급했고 개발에서 철저히 소외시켰다. 심지어 남부에 대한 극단적 이슬람화를 추진해 1955∼1972년, 1983∼2005년에는 중앙정부군과 남부 반군 사이에 두 차례의 내전이 벌어져 2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남수단 독립은 북수단의 이웃 나라인 에리트레아가 오랜 내전 끝에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한 과정과 유사하다.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에 제멋대로 그어 놓은 국경선이 자연스럽게 재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북부 수단의 또 다른 기독교 우세지역인 다르푸르에선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만 명이 학살되고 200만 명이 피난길에 오르는 등 수단의 식민잔재 청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남수단의 독립은 이라크 예멘 레바논 이집트와 같이 인종 및 종교 갈등을 겪는 아랍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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