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었던 창조적인 개척자 정신의 부활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상이 변했고 그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도 변했지만 미래의 승리는 미국의 것”이라며 “미래는 그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성취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흔들리는 제국’ 미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나 되는 미국’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파적 이익이나 서로의 차이점을 잠시 접어두고 급속하게 변해가는 국제환경 속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초당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사려 깊은 중도주의자로 비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평가했다.
‘미래의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론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5대 키워드는 △혁신 △교육 △인프라 건설 △정부개혁 △책임이었다. 그는 향후 5년간 정부 재량지출 부문 예산을 동결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교육, 고속철도 건설, 청정에너지 개발, 초고속 인터넷 구축 등에는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예산운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혁신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35년까지 핵발전소, 천연가스와 정탄(clean coal) 화합물, 풍력 및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원에서 미국 전력수요의 80%를 충당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 하이브리드 및 배터리 구동 자동차를 늘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으며 연간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 및 가스회사에 대한 세금보조 혜택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투자와 신규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적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또 2020년까지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의 교사 10만 명을 추가로 임용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생일대의 과업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을 철회하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에 “보험회사들이 의료비 제공을 거부하는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면서도 “대신 건강보험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의회와 협력해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불법이민자의 미국 사회 수용과 관련한 이민법 개혁의 의지도 천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 내에서 뛰어난 학업성적을 나타내면서도 불법이민자의 자녀란 이유로 그늘에 숨어 있는 사람이 많다”며 “미국의 미래를 살찌울 수 있는 전도양양한 학생들을 추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
미국에서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을 ‘State of the Union’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국 헌법 2조 3항에 대통령이 ‘때때로(from time to time) 연방의 상태(state of the union)에 관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에서 유래한다. 1790년 1월 8일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1월 초 국정연설은 미국 정치의 관행이 됐다. 하지만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이런 연설 방식이 제왕적이라고 생각해 서면으로 대체했고 이후 112년 동안 국정연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정연설을 부활시킨 것은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며 ‘state of the union’이라는 자구(字句)를 사용한 사람은 193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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