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일본 도쿄 기오이(紀尾井) 홀에선 한국과 일본의 마음을 잇는 ‘우정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판 폴 포츠’로 불리는 팝페라 가수 휘진(본명 권휘진·34)의 공연에 미치코(美智子) 일본 왕비가 참석한 것. 미치코 왕비는 콘서트 2부 시작 직전 입장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1시간가량 관람했다.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도 왕비 옆에서 함께 공연을 관람해 공연장은 한일 우호친선 분위기로 가득했다.
76세로 고령인 왕비가 최근 건강 때문에 공식 일정을 줄이면서도 한국 청년의 공연장을 직접 찾은 데에는 한일 우호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휘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고를 졸업한 뒤 자동차회사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도 밤마다 성악 연습에 매진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전문적 음악교육을 받지 않고도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고 2001년 베데스다 콩쿠르 1위와 2002년 난파 전국 콩쿠르 대학부 2위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외판원에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 인생 역전한 영국의 폴 포츠에게 빗대 ‘한국판 폴 포츠’란 별명이 붙은 건 이 때문이다. 미치코 왕비가 휘진의 공연을 관람한 것은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그의 인생이 한일관계와도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휘진은 이날 한국 노래 ‘얼굴’과 일본 노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등 16곡을 불렀다. 홀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양국 청중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미치코 왕비는 공연 후 휘진의 대기실을 찾아가 “남자 가수가 이렇게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고 이날 공연을 후원한 재일 한국 기업인 최상영 영스틸 사장이 전했다. 또 미치코 왕비는 “한일 간에 예술가의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음악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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