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신년 국정연설]‘투손 총격’이 바꾼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여야 의원 90명 섞어 앉아… “데이트의 밤”
기퍼즈 살린 한국계 의사 등 ‘특별 게스트’로 미셸 옆자리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2분간 국정연설을 하는 동안 미국 의회 상하양원 합동회의장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구분이 없었다.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흰색 바탕에 검은 줄을 친 리본을 가슴에 단 의원들은 당 구분 없이 삼삼오오 섞여 앉아 “미래는 미국의 승리(Win the future)”라고 외친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전통적으로 국정연설 때 상하원 의원들은 당별로 나눠 앉는다. 그러나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서로 극단적으로 공박하는 정치권의 세태를 반성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결실은 이날 양당 의원들의 자리배치로 나타났다. 국정연설 이전부터 양당 의원들은 마음에 맞는 의원들에게 “같이 앉자”며 러브콜을 해 이날 약 90명이 다른 당 소속 의원들과 나란히 앉았다. 미 언론은 “국정연설이 데이트의 밤이 됐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민주당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을 위해 한 자리는 비워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0여 차례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7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어가 민물에 있을 때는 내무부가 관리하고, 바닷물에 있을 때는 상무부가, 훈제됐을 때는 더 복잡하다”며 기업 규제의 난맥상을 묘사할 때는 폭소가 터졌다. 연설 막바지 오바마 대통령 자신과 조 바이든 부통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비천한 환경을 딛고 이런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하자 회의장 내 초당적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회의장의 2층 갤러리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한’ 손님들이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연설을 지켜봤다.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당시 기퍼즈 의원의 목숨을 구했던 의원실 인턴 대니얼 헤르난데스 씨, 기퍼즈 의원의 응급수술을 집도한 한국계 의사 피터 리 박사, 애리조나 사건 당시 희생된 크리스티나 그린 양(9)의 가족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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