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분노의 금요일’… 반정부 시위대 대통령궁 근처까지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무바라크, 軍 투입… 엘바라데이 가택연금… 오바마 ‘친미독재냐 민주화냐’ 선택 기로에

28일 오후 1시경 “무바라크 타도하자”는 함성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 중심부에서 울려 퍼졌다. 기자 광장의 대형 모스크(이슬람 사원)와 주변에 있던 금요예배를 마친 시민 2000여 명이 반정부시위대로 탈바꿈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83)의 정적(政敵)으로 전날 귀국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69)도 지지자들과 함께 시위대에 있었다.

“실미야!”(silmiyyah·아랍어로 ‘평화롭게’라는 뜻)를 외치며 서서히 움직이던 시위대와 전투경찰 수백 명이 얼마간 거리를 두고 맞섰다. 숨 막히는 몇 초가 지났다. 팡! 팡! 팡! 경찰의 공기총 소리가 공중을 가르고 최루탄이 터졌다. 비명과 “무바라크 타도”라는 절규가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에게 물대포가 퍼부어졌으며 그는 이날 오후 가택연금됐다. 경찰은 지지자들을 곤봉으로 때렸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대통령궁 인근인 카이로 시내 헬리오폴리스 지역에 모였다. 25일부터 나흘째인 시위사태가 이날 최대 규모로 번지며 운명의 분기점을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이처럼 이집트 시위사태가 격화됨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미국 외교정책의 원칙에 근거해 이집트의 민주화 열망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아니면 지역 맹주이면서 친미성향을 보여온 무바라크 정권의 편을 들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에 따라 이집트 사태의 결과는 물론이고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에 불어 닥치고 있는 민주화 도미노의 향배도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날 열린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이집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폭력은 해답이 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를 중점적인 가치로 믿고 있으며 이집트 국민 역시 그 같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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