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 세습을 통해 2대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재스민 혁명’의 위력에 놀란 듯 자진해서 정치개혁을 다짐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3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아랍권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시위는 새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아랍 국가 지도자들은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열망에 더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30년간 시리아를 통치해온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가 숨지자 2000년 대통령 후보로 단독 출마해 97.3%의 찬성을 얻어 권좌에 올랐다. 아사드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1971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30년간 시리아 대통령을 지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취임 뒤 언론을 통제하고 헤즈볼라 같은 이슬람 무장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권력을 유지해 왔다.
그는 “나는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보다 (정치적) 변화를 준비할 시간이 더 많다. (내) 반미성향이 국민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지방선거를 실시해 정치개혁의 신호탄으로 삼을 계획이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국민 부담 덜어주기에 나섰다. 공공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난방비 보조금 인상이 대표적 사례다. ▼ 수단서도 반정부시위… ‘재스민 혁명’ 불길 확산 조짐 ▼
튀니지에서 시작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 남쪽 수단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청년들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 도심과 4개 대학 주변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1명이 숨지고 최소 64명이 체포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르툼대 학생 300여 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를 외쳤다. 경찰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제압했다. 튀니지, 이집트 시위를 지켜본 수단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만든 ‘변혁을 위한 청년 운동’ 페이지에는 1만5000명이 ‘친구’로 등록했다.
수단은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의회당(NCP)이 일당 독재를 실시하는 나라다. 이날 시위는 남부 수단 분리 독립 국민투표 잠정 집계 결과 99.57%가 독립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날, 북부 수단 지역에서 발생했다. 북부 수단 다수는 남부 수단의 분리를 반대해 온 상황이라 향후 시위가 어떻게 번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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