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이집트]무바라크 한마디에 인터넷지도서 이집트 증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인터넷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났다.”(릭 퍼거스·컴퓨터 보안전문가)

“이집트가 하룻밤 사이에 ‘세계 지도’에서 사라졌다.”(짐 코위·인터넷 정보업체 ‘레네시스’ 창업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이집트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인터넷과 통신이 차단되자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 홈페이지를 포함해 이집트 내 주요 웹사이트는 31일까지 5일째 불통 상태다. 이집트는 전 국민의 25%(2300만여 명)가 인터넷 이용자다. 페이스북의 앤드루 노이에스 대변인은 “수백만 명의 인터넷 접근을 차단한 것은 세계적 문제”라고 비난했다. 국가 전체의 인터넷이 권력자에 의해 먹통이 된 것은 정보통신 시대에 대한 ‘모독’이라는 아우성도 들린다.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차단 전문회사인 아버네트워크에 따르면 이집트의 인터넷 트래픽(정보통행량)은 지난달 27일 오후 5시 20분(현지 시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며 평소의 3%밖에 연결되지 않았다. 해외로 연결되는 인터넷 접속 건수도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별로 2∼6분의 시차를 두고 급감했다. 이집트에서는 링크이집트, 보다폰·라야, 텔레콤이집트, 에티살라트미스르 등 4대 주요 ISP를 축으로 군소업체들이 정부 허가 아래 인터넷망을 임차 운영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어떻게 나라 전체의 인터넷 시스템을 차단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이집트 보다폰이 정부로부터 DNS(문자로 만들어진 도메인을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주소로 바꾸는 시스템) 서버를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업체 ECMS도 “지난달 27일 저녁 정부가 통신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주소를 입력하면 원하는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봉쇄하라는 이집트 정부의 지시로 인터넷이 ‘먹통’이 된 것이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김정환 사업국장은 “국가 권력이 마음먹으면 인터넷 전면 차단은 어느 사회에서나 언제나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인터넷진흥원 산하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서 인터넷망을 일괄적으로 임대 관리하고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가 전체의 인터넷 통제는 2007년 미얀마에서도 며칠간 벌어졌다.

전체 인터넷망이 아닌 특정 사이트 폐쇄는 어느 나라나 비일비재하다. 2009년 이란 정부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집권 반대 시위 때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차단했다. 중국 정부는 31일 자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시나닷컴’의 마이크로블로그서비스에서 ‘이집트’라는 단어 검색을 차단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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