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랍권에서 강압통치로 철옹성을 구축한 것처럼 보였던 지배 엘리트가 잇달아 흔들리면서 드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가까운 미래에 이집트와 유사한 군중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집트에는 청년단체, 무슬림형제단 등 시위를 주도할 반체제 세력이 있는 반면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이 반체제 혐의자를 면밀히 색출해 죽이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는 북한에서는 혁명 주도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이집트 국민은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독재정권 붕괴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런 의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인터넷 등 외부와 연결되는 정보통로가 차단돼 있는 폐쇄사회란 점도 시민봉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미 북한에도 휴대전화가 35만 대가량 보급돼 있고 중국을 통해 외부 정보가 빠르게 들어가고 있어 북한 당국도 긴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일 북한 사정에 밝은 미국인 사업가의 말을 인용해 “휴대전화로 외부 소식이 빨리 퍼지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도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면서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인사들이 이집트 소식을 북한 내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하면 이 소식이 다시 휴대전화로 널리 알려진다”고 말했다.
4일 RFA에 따르면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는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물건 값만 흥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처형, 홍수 등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전해 듣는다”면서 “지금은 이집트 사태가 장마당의 화젯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평양에 주재한 에버라드 전 대사는 2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제한 없이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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