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철의 여인’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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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서 홍수피해 설명하던 길라드 총리 “………”

홍수때 동생 구하고 숨진 13세소년 언급하다 목 메

‘철(鐵)의 여인’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8일 호주 수도 캔버라의 국회의사당.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연방의회 개회 연설을 하다 말을 멈췄다. 지난달까지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 주를 강타해 3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과 홍수 피해를 설명하다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다시 입을 열어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갔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평소 냉정함과 강인함을 지닌 여성 지도자로 정평이 난 길라드 총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육군 구조대원들이 피해 지역에서 발견해 총리에게 전해달라고 한 잔뜩 구겨진 호주 국기를 펼쳐 보이며 구조활동 중 숨진 구조대원의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이어 지난달 10일 퀸즐랜드 주 중서부 터움바에서 급류에 휘말려 동생 대신 숨진 조든 라이스 군의 희생을 말하는 순간 길라드 총리는 복받치는 감정을 더는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사고 당시 라이스 군은 어머니, 동생 블레이크 군(10)과 차에 탄 채 급류에 휩쓸렸다. 이를 본 한 주민이 자신의 몸에 밧줄을 묶고 차로 헤엄쳐 왔다. 그는 급류를 피해 어머니, 동생과 함께 차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라이스 군에게 밧줄을 건넸다. 그러나 라이스 군은 “동생부터 구해 달라”며 밧줄을 동생에게 넘겨줬다. 동생을 먼저 구한 이 주민이 다시 차로 돌아왔을 때 라이스 군과 그의 어머니는 급류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평소 수줍음이 많아 좀처럼 어머니에게서 떨어지기 싫어하던 라이스 군이 자신도 죽을지 모르는 위기 속에서 놀라운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더욱이 라이스 군은 평소 물을 끔찍이 싫어해 수영도 못했다고 한다.

길라드 총리는 13세 소년의 가족애와 희생정신을 기리면서 “어떤 보상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대신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의원들도 함께 흐느꼈고 연방정부 장관 몇몇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호주는 지난해 11월부터 기상 이변에 따른 대홍수로 신음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사상 최악의 태풍(사이클론) ‘야시’까지 몰아닥쳤다. 주택 3만 채가 부서지고 주요 탄광과 철로, 곡창지대 등이 모두 물에 잠겨 재산 피해는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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