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야]군부, 겉으로는 “안정”… 속으론 권력과 이권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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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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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만에 태도 바꾼 까닭

‘국가의 수호자’를 자임해 온 이집트군의 선택은 결국 이번에도 외형적인 ‘국가 안정’이었다. 이집트군은 11일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코뮈니케’ 2호에서 급격한 정권 교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긴급조치법 철폐’라는 ‘당근’을 함께 제시했다.

이집트 군은 10, 11일 이틀 연속 최고군사위원회를 열었다. 이전에 최고군사위원회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때 한 차례씩 모두 두 번이 있었다. 갑자기 두 차례나 열린 이번 최고군사위원회는 두 가지 점에서 이전과 달랐다. 외국과의 전쟁이 벌어진 때 열린 것도 아니었고, 군 통수권자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부통령이 회의에서 배제됐다. 이번 회의에서 군을 대표한 인물은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이었다.

이 때문에 회의 직후 군이 ‘시위대의 열정을 높게 평가한다’는 내용의 코뮈니케 1호를 발표할 때만 해도 군이 무바라크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군의 긴급 성명에 군사 쿠데타를 떠올리는 코뮈니케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에 주목하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이틀째 회의에서 결국 군은 국민친화적인 명성을 유지하면서 무바라크 정권의 비호 아래 누리던 경제적 이권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을 내렸다. 이집트 경제에서 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수준이다.

코뮈니케 2호는 군과 정보국 사이의 유대관계가 아직은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동 전문가들은 정보국장이던 오마르 술레이만이 부통령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군이 등을 돌리더라도 정보국은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군과 정보국이 1979년 한국에서 벌어진 ‘12·12쿠데타’처럼 유혈 충돌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대 이집트 군대의 역사’를 쓴 앤드루 맥그리거의 말을 빌려 “사상 처음으로 이집트군 내부에 분열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차기 권력을 놓고 군부 내에서 다툼이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군부는 탄타위 국방장관이 장악한 상태지만 미국은 미국-이집트 군사협력 정규회의 멤버인 사미 에난 참모총장을 선호한다. 올해 63세인 에난 참모총장은 미국에서 군사교육을 받아 미국 장교들과 특히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75세인 탄타위 장관은 옛 소련에서 공부했다.

조슈아 스태처 미국 켄트주립대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1952∼1954년 혁명 때 무함마드 나기브(초대 대통령)와 가말 압델 나세르(2대 대통령)의 관계처럼 협동과 갈등을 반복해 가면서 정권을 접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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