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10일 퇴진거부 연설은 미국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이집트 사태 초기 갈피를 못 잡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집트 사태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사진)은 이날 노던미시간대에서 연설하면서 “세계가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역사,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며 “상황이 더 전개되면 해야 할 얘기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곧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시간 주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퇴진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봐야 했다.
워싱턴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서 내릴 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안보관련 참모회의를 열었다. 백악관은 회의 후 “이집트 정부의 변화가 불충분하다”며 “이집트 정부는 국민에게 약속했던 구체적인 변화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 성명에서 “이집트 정부는 더 신뢰할 만하고 구체적이며 모호하지 않은 민주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집트 외교장관이 10일 “미국이 아랍권에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고 있다”며 내정간섭 경고를 한 데 이어 11일 무바라크 대통령도 “나는 외부의 강권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미국의 말발은 벼랑 끝에서 저항하는 무라바크 정권에 더는 먹혀들지 않는 국면이다.
게다가 미 행정부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어 미국이 앞으로 사태 수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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