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사임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그의 정부에 몸담았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이집트 사법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과 해외 망명설이 잇따르고 있다.
이집트 현지 언론들은 홍해 연안의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급격한 건강 악화로 최근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14일 보도했다. 또 일부 언론은 “그가 지난주 대국민 연설을 녹화하면서도 두 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며 사임 발표 이후에는 우울증에 걸려 약 복용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1년 전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독일로 병 치료를 위해 이미 떠났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사메흐 슈크리 미국 주재 이집트 대사는 이날 미 NBC 방송에 출연해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확인했다. 독일 총리실은 그의 입국설을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무바라크 전 대통령 측이 중병설을 일부러 퍼뜨려 ‘신병처리를 명분으로 한 출국’, 즉 사실상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록 82세의 고령이지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국정을 수행하던 그에게 갑자기 혼수상태설이 나도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30년 집권기간의 부패와 폭정으로 국내에 머물 경우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이미 스위스 정부가 그의 재산 동결을 선언한 데 이어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바이의 알아라비야 TV 등 아랍권 언론들도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오만 접경지역인 알아인을 망명지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이집트 군부는 야권과의 대화를 늘려가면서 대선 전까지 과도정부의 국정 운영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민주화 시위의 영웅으로 떠오른 와엘 고님 구글 이사는 군부 관계자들과 만나 이집트의 민주화 개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14일 밝혔다. 고님 이사는 “군부는 이집트의 군사정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민간 정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확인했다”며 “군부는 또 개헌 위원회가 앞으로 열흘 내에 헌법 개정안을 마무리하고 이에 대한 국민투표를 두 달 내에 치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에 이어 은행, 운송 부문 등 공공·기간산업 근로자들이 잇따라 파업과 집단행동에 들어가 사회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은행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이집트 중앙은행은 전국의 은행에 14일 하루 동안 휴무할 것을 지시했다. 또 군부가 사회 안정을 위해 노조의 파업을 조만간 금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이집트 검찰은 무바라크 정권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하비브 알아들리를 상대로 돈세탁 혐의를 조사하기로 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지시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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