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의 졸리 빌 골프리조트 내부. 사진 출처 호텔스닷컴
14일 오후 이집트의 대표적 휴양지인 샤름 엘셰이크. 시나이 반도 동쪽 아카바 만에 있는 이곳은 아랍 유목민 베두인족이 사는 외딴 어촌이었으나 1980년대 이탈리아와 독일 자본이 유입되면서 천혜의 해변 휴양지로 변모했다. 세계 굴지의 호텔 체인과 카지노 골프장이 즐비해 ‘이집트의 라스베이거스’로도 불린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피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졸리 빌 골프 리조트’는 공항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이었다. 택시를 타고 10분쯤 가니 더는 갈 수가 없었다. 리조트로 들어가는 대로변 입구에서부터 제복과 사복을 입은 10여 명의 경찰관이 차량과 3개의 바리케이드로 길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무바라크가 묵고 있다는 별장은 여기서부터 해안가 쪽으로 3km 떨어진 곳. 다”고 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곳은 휴양지에서도 가장 번화한 나마베이 지구다. 쇼핑가와 식당, 호텔, 바 등이 줄지어 서 있다. 평소 같으면 오후부터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고 하는데 쥐죽은 듯 고요했다. 상점 주인들은 신문을 보거나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여행사 직원은 “반정부 시위가 격해지면서 관광객이 급감했다”고 했다. 한 기념품 가게 주인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손님이 거의 없다. 빨리 무바라크가 떠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가게 점원은 “이곳은 무바라크가 만든 ‘무바라크의 섬’이라고 해도 될 만한 곳이니 그가 머무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곳이다. 이집트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시나이 반도 전부를 빼앗기면서 이곳도 내주었다. 그 후 무바라크 대통령 취임 반년 만에 이뤄진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따라 1982년 4월 되찾았다. 따라서 이곳은 이집트 주권회복의 상징이자 중동 평화협상의 주요 이정표 중 하나인 ‘샤름 엘셰이크’ 협정이 체결되기도 해 평화도시로 불렸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카이로 대통령궁이나 이곳에 머물면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살았다.
한편 ‘혼수상태’ ‘중태’ 등 그의 건강상태가 악화됐다는 소문과 함께 ‘신병치료 명분의 도피성 출국’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더 타임스는 15일 “앰뷸런스 등 구급 관련 차량들이 도로 곳곳에 보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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