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 거짓말에 이라크 진짜 침공해 놀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6일 14시 09분


"콜린 파월 미국 국방장관의 이라크 생화학 대량파괴무기(WMD) 연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엔에서 그는 내가 만들어낸 거짓말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라크 민간인 약 10만명, 미군 등 참전군인 약 5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이라크 전쟁이 한 망명객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전쟁 발발 8년 만에 드러났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03년 3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전쟁개시 이후 WMD에 대한 가짜 정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는 했지만,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해 서방정보기관에 퍼트렸던 주인공이 직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하기는 처음이라는 것..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각각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과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에서 이라크 화학무기 정보에 대한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고의적인 조작은 일축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터뷰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지는 15일 독일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이라크인 라피드 아흐메드 알완 알 자나비(사진)의 단독인터뷰를 게재하면서, 이라크전의 결정적인 명분이 됐던 후세인 정권의 이동식 화학무기 트럭 및 비밀 무기 생산 공장에 관한 정보가 모두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인터뷰는 독일 모처에서 2일 동안 장시간에 걸쳐 이뤄졌다고 공개했다.

부시, 파월, 럼즈펠드는 물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양국 정부가 한 이라크 망명객의 혀에 놀아난 셈이 됐다는 것이다.

자나비는 인터뷰에서 "이라크를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구해내고 자유를 되찾는 방법은 그것(거짓말)뿐이었다"면서 "나와 내 가족은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디언은 자나비가 뒤늦게 입을 연 이유에 대해 그가 최근 들어 독일정보부가 제공했던 집과 자동차, 휴대전화 등을 몰수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이 후세인 독재정권 몰락에 미친 영향력을 인정받으려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1967년생인 자나비는 바그다드공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후 군 화학시설에서 2년간 복무했고, 전역 후 3년간 바그다드 외곽의 군수산업단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언론사 근무를 거쳐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1999년 돌연 독일로 망명, 2000년 망명자 신분을 인정받았다.

자나비가 독일 비밀정보부(BND) 소속 정보원과 접촉한 것은 2000년 3월. '닥터파울'이란 정보원은 자나비에게 이라크 내부정보를 요구했다. 자나비는 자신이 과거 근무했던 군수산업단지가 사실은 대량살상용 화학무기 생산공장이며, 자신의 상관이었던 바실 라티프 박사의 아들이 영국 런던에서 화학무기 관련업무를 하고 있다는 거짓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내게 (후세인을 제거할) 기회를 줬고 나는 그것은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나비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거짓말이 미국 행정부에까지 전달된 사실을 몰랐던 듯하다. 그는 2003년 2월5일 파월의 유엔연설을 아파트에서 TV로 지켜보면서 "깜짝 놀랐으며 후세인의 WMD에 대한 주장은 내 거짓말과 똑같은 내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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