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日간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오자와계 반란에 예산안 발목 ‘국정 마비’
野 총공세 채비속 ‘포스트 간 3인방’ 거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계 의원들의 반란으로 일본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국의 초점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쏠리고 있다.

▶본보 18일자 A21면 日 민주당 ‘오자와發 분당’ 신호탄

간 총리의 정치생명은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통과 여부에 달렸다.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가까스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판에 여당 의원 16명이 돌아선다면 예산안 관련 법안은 부결될 게 확실하다. 그러면 40조 엔의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등 국정 운영이 마비된다. 간 총리의 선택지는 △무조건 총리직 고수 △총리 사퇴 후 신임 총리를 선출해 민주당 정권 지속 △국회해산 및 총선 등 3가지로 압축된다. 민주당은 2009년 8월 반세기 만에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린 지 불과 1년 반 만에 무능정권으로 몰려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 언론은 18일 일제히 “간 정권이 내부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엔 간 총리를 지지해온 민주당의 유력 간부조차 최근 공명당에 “예산안에 협력해주면 총리를 바꿀 수도 있다”고 제의했다는 보도가 나와 집권당을 뒤흔들었다. 이에 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리(총리)를 바꾸면 (예산안에) 찬성하겠다 혹은 찬성하지 않겠다고 하는 낡은 정치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중의원 해산 문제는 “국민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생각해 행동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해산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던 이제까지의 발언과 달라진 것.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없지만 여차하면 국회를 해산하고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을 수는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해산은 총리의 고유권한이다.

일단 민주당 집행부는 반란파 16명에게 예산안 찬성을 종용하며 각개격파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반란파 의원들은 자체 사무실을 구해놓고 세 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야당은 이미 국회해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총공세에 나설 채비다. 정치권에선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등 ‘차세대 3인방’이 후임 총리후보로 거론된다. 총리만 교체할 경우 오자와 그룹은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전 총무상을 내세워 권력쟁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간 총리가 끝까지 버티거나 해산 및 총선으로 이어질 경우 오자와 그룹이 분당해 정계개편으로 확산될 수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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