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의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면서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은 민주화 시위의 중국 상륙을 차단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전력을 쏟는 모습이다.
○ 민주화 혁명에 대한 아전인수 해석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3일 미국 내 화교학자 탄중(譚中) 씨의 ‘중동은 반드시 미국 패권의 속박에서 풀려나야 한다’는 글을 실었다. 탄 씨는 “이번 사태는 미국 주도의 국제정세가 겉보기와는 달리 안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미국 중심의 안정적 세계질서가 더는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어 “현재 중동 혼란을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아랍 국가들이 오스만튀르크의 압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때와 비슷해 ‘제2차 아랍 봉기’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며 “결과는 중동 각국이 미국 패권의 속박에서 벗어나 이란과 비슷한 이슬람 문명 중심의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중동 민주화 혁명을 민주주의 쟁취의 관점이 아닌, 미국 패권 타도를 위한 움직임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환추시보는 전날 사설에서는 ‘중국식 발전모델론’을 역설했다. 이번 중동혁명이 민주화가 역사 발전의 필연적 귀결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는 서방세계의 해석과 달리 중국은 자신만의 발전방식이 있으며 ‘민주’는 국가제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논지였다.
○ ‘하필 톈안먼을 예로 들다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22일 하야 거부 연설에 중국 당국은 난감한 표정이다. 카다피는 연설에서 “중국 베이징의 코카콜라 간판과 가까운 곳에서 학생들이 여러 날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탱크가 와서 그들을 잔혹하게 진압했다”며 강경진압 의지를 분명히 했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이던 학생과 시민을 중국 당국이 무력 진압해 수천 명이 사망한 ‘톈안먼 사태’를 지칭한 발언이었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비아 사태가 평온하게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다. 카다피의 톈안먼 관련 발언을 중국 언론들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 “2월이라고 재스민 향기 없을쏘냐”
중국 작가 하오췬(학群) 씨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강연에서 “지금 중국에 문화대혁명이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검열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글을 쓰면서 금기어 사전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자체 검열을 한다며 스스로를 ‘알아서 기는 내시’라고 자조했다.
그는 20일 베이징 등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해 “재스민 꽃은 5월에 피기 때문에 2월에는 볼 수 없지만 2월이라고 재스민 향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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