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사태]정권 2인자도 “軍, 시위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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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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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아지는 카다피 입지

알자지라TV 화면 촬영
알자지라TV 화면 촬영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의 2인자인 압델 팟타흐 유네스 알아비디 내무장관(사진)이 무차별적 폭력진압을 비난하며 사임했다. 주요 유전지대를 포함한 동부 지역을 반정부 시위대에 빼앗긴 데 이어 핵심 측근까지 등을 돌리면서 카다피 원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서부 지역의 주요 도시인 미스라타도 23일 반정부 시위대 수중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카다피 원수는 22일 오후 국영TV 연설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찾아내 공격하라”고 지지자들에게 지시해 대규모 유혈참극을 무릅쓰고서라도 권좌를 지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해외 지도자들은 이를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해석했다. 카다피 원수의 연설이 TV로 중계되는 동안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벵가지에서는 시민들이 경멸의 뜻으로 신발을 던졌으나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친정부 시위대가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며 환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23일 “리비아 전역에서 유혈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1000명 이상이 숨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퇴한 2인자

알아비디 장관은 23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벵가지에서 비무장 상태인 시위대 300여 명이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21일 사퇴를 결심했다”며 지금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군 중 많은 수가 돌아섰고 트리폴리에서도 이탈자가 늘고 있다”며 정부군에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알아비디 장관은 카다피 원수가 자신에게 전투기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할 계획을 밝혔을 때 “실행에 옮긴다면 수천 명이 죽게 될 것”이라며 말렸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원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고집이 센 사람이라며 “(결국에는) 카다피 원수가 자살하거나 살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정권의 2인자인 알아비디 장관은 1969년 카다피 원수가 주도한 군사쿠데타에 참여한 혁명 동지다. 정예부대인 ‘선더볼트 특공여단’의 사령관직도 겸하고 있어 카다피 진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알아비디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이후 리비아 국영언론은 그가 (자진 사퇴한 게 아니라) 괴한들에게 납치됐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알아비디 장관은 트리폴리를 떠나 벵가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국제사회 분노

아랍연맹은 22일 회원국인 리비아에 회의 참석을 금지했다. 아랍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 정부가 국민의 치안과 안정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아랍연맹은 물론이고 산하기구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국제사회는 대규모 인권 침해를 그냥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카다피 정권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주재 리비아 영사관 직원들은 리비아 국기를 내리고 왕정시대 국기를 게양한 뒤 시위를 벌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 드러나는 참상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2일 카다피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진압을 입증하는 자료 화면을 입수해 공개했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의 알잘라 병원에 도착한 한 젊은이는 양다리가 모두 절단된 채 피를 흘렸다. 또 다른 남성은 가슴 아래 몸통이 완전히 날아간 상태였다. 이 신문은 희생자들의 신체가 크게 훼손된 점으로 볼 때 이들이 전투기나 탱크, 기관총 등 중화기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튜브에는 중무장한 친정부 용병들이 트리폴리 시내를 차를 타고 순찰하는 모습과 길거리에 방치된 참혹한 시신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랐다. 반정부 시위대에 붙잡힌 한 아프리카계 용병은 ‘누가 명령했느냐’는 질문에 한동안 주저하다가 “정부 고위층이 쏘라고 명령했다”고 대답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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