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한국인 남매 아버지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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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본보 강경석 기자 뉴질랜드 참사 르포

곳곳에서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붕괴 현장은 흡사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한국인 2명이 실종된 캔터베리TV 빌딩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삭 내려앉은 상태. 그나마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남아있는 건물 끝 부분마저 없었다면 이 자리에 7층짜리 빌딩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믿기 힘들 정도였다.

22일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으로 파괴된 뉴질랜드 제2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에서는 구조대 수백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구조작업에 한창이었다. 특히 도시 심장부인 ‘시티센터’에 위치한 캔터베리TV 빌딩 현장에는 구조대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등 각국의 취재진이 몰려 자국민의 생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 한국인 실종자 2명 넘지 않는 듯


붕괴된 캔터베리TV 빌딩 현장에서는 산산조각난 빌딩 잔해를 걷어내는 삽차와 아스팔트를 뚫는 굴착기 소리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빌딩 철골은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상태. 24일 하루에만 캔터베리TV 빌딩 현장에서 23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지진 발생 후 이곳에서만 발견된 시신은 모두 47구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시신의 신원 확인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일본인 27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캔터베리 TV 빌딩 현장에는 일본재난구조대 60여 명이 급파돼 연일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현지 구조대장을 맡고 있는 요시히로 가타타 씨는 “뉴질랜드 당국과 긴밀한 협조 아래 생존자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각종 생명인식 장비와 구조견들이 아직까지 생존자 징후를 찾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NHK 후지TV 등 일본 기자 100여 명도 이곳을 중심으로 자국민 구조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실종된 유길환(24) 나온(21·여) 씨 남매의 생사여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 씨 남매가 지진 당시 이 빌딩에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까지 발견된 98구의 시신에서 유 씨 남매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아직까지 생존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매의 아버지 유상철 씨(56)는 이날 오후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함께 크라이스트처치 시에 도착했지만 뉴질랜드 당국의 철저한 통제로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노광일 주뉴질랜드 대사도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전 뉴질랜드에 입국해 오후에 크라이스트처치 시 현장을 둘러봤다.

한편 외교통상부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 측은 24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유길환 씨와 여동생 나온 씨 외에 추가로 접수된 한국인 실종자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뉴질랜드 측에 등록된 실종자 226명의 명단 중 한국인 이름과 유사한 이름이 2개 있었지만 확인 결과 모두 중국인이었다.

○ 텅 빈 도심에는 황망한 기운만 감돌아


뉴질랜드 당국은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철저히 도심으로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피해 규모가 심각한 도심 지역인 ‘시티센터’로 진입하는 모든 길목마다 경찰차와 장갑차 등을 배치하고 경찰과 군인이 일일이 출입자를 통제했다. 거리 곳곳에도 지진으로 인한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 철조망과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순찰차는 물론 도심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워 수시로 도심 내부를 순찰을 돌고 있는 상태다. 이날 뉴질랜드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사람이 도심으로 진입할 경우 현장에서 체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진을 틈타 텅 빈 도심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상점들의 유리창은 포탄을 맞은 듯 산산조각 나있었고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는 쏟아진 잔해와 벽돌로 마치 고슴도치 같은 형상이었다. 특히 벽돌로 세워진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을 비롯해 도심 곳곳의 오래된 교회 건물들은 지진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파괴됐다. ○ 현지 교민 전전긍긍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지진 피해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도심 근처에 사는 주민의 거주 지역에 23일까지 물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이날부터 다시 복구가 이뤄졌다. 교민들은 도심 인근의 리카톤 지역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 사무실을 찾아 서로 소식을 나누고 있었다. 몇몇 한인들은 한인회 사무실을 찾아와 “세수를 할 수 없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한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24일까지 모두 98명이 숨지고 226명이 실종됐다. 뉴질랜드 경찰은 붕괴된 캔터베리TV 빌딩에 많게는 120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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