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 발생 후 일주일 넘게 침묵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정부의 폭력 진압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범위의 대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처 방안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취할 수 있는 조치 △유엔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적 수단’이라는 표현 역시 사용하지 않았고 정권교체도 입에 담지는 않았다. ○ 의지는 확고하지만 해법은 쉽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 대응 선언은 리비아 내 미국 외교관들을 포함한 미국인 600여 명의 탈출 준비가 완료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그것이 나의 최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그동안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을 경우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연설 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항에 575명 수용 규모의 배를 급파해 리비아 내 미국인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국 내 리비아 자산 동결,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해제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및 경제 제재 조치 복원,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지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행정부에 7년 전 핵 프로그램 포기를 조건으로 해제했던 리비아 제재 복원을 촉구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경제 외교적 제재 조치를 취해도 실효성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독자적 군사행동도 자국민이 대량 학살당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한 옵션이라는 지적이 많다. ○ 국제사회, 리비아 문제 ‘강하게…’
유럽연합(EU)은 일단 리비아에 있는 EU 회원국민이 최대한 리비아를 탈출할 때까지는 경제 외교적 압박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EU는 리비아에 거주 중인 EU 회원국민이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23일 현재 절반 이상은 아직 리비아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혈 진압과 내전으로 민간인 학살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질서 유지와 민간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군사적 개입을 강구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유엔 차원에서 확고한 컨센서스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24일 “서방 군사동맹은 유엔의 명령이 있지 않는 한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EU 내에서는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 곧바로 그에 대한 반(反)인도적 범죄 처벌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위대 진압에 전투기를 동원한 사실과 외국 용병을 고용해 유혈 참극을 벌인 것이 사실이라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카다피 원수가 팬암기 폭파 사건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뿌리게 한 잔혹행위의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다피 원수의 국제형법상 책임을 언급한 것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평화유지군 파견 등 인도주의적 개입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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