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트리폴리 일촉즉발]카다피 측, 시위대 모인 사원 미사일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트리폴리를 해방시키자.”

파죽지세로 서진(西進) 중인 반정부 시위대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가 있는 수도 트리폴리를 다음 목표로 정했다. 총기 등으로 무장한 반정부 시위대는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제3의 도시 미스라타를 함락시킨 여세를 몰아 수도로 몰려가고 있다.

○ 대결전 앞둔 트리폴리


카다피 원수에게 충성하는 친위부대와 용병들은 트리폴리를 사수하기 위해 탱크까지 동원해 수도를 요새화했다. 목격자들은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트리폴리 시내에 탱크 4대가 진입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카다피 원수가 자신이 키운 해외 용병부대와 비정규군 수천 명을 23일 트리폴리로 불러들였다며 여기에는 차드 수단 니제르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발한 ‘이슬람·범아프리카 군단’의 2500명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 원수는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세력인 군을 견제하고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규군과는 별도로 준군사조직을 키워 왔다.

트리폴리 시민들은 중무장한 카다피 측 병력 수천 명이 시내에 배치됐으며 주요 도로를 따라 수십 개의 검문소가 새로 설치됐다고 전했다. 검문소를 지키고 있는 용병들은 시민들에게 신분증 제시 요구뿐만 아니라 카다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시험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면 트리폴리에서 숨어 지내던 반정부 세력들도 밤을 틈타 경찰서 등에 불을 지르고, 벽에 카다피 원수를 비난하는 낙서를 남기는 등 소극적인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카다피 측 군은 24일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자위야에 있는 이슬람사원을 대공 미사일과 자동화기로 공격해 첨탑을 파괴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이 사원의 안팎에는 반정부 시위대가 집결해 있었으며 이들이 해산을 거부하자 군이 공격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 목격자는 말했다.

○ 눈에 띄게 줄어든 카다피 지배력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지역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리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미스라타가 함락된 데 이어 리비아와 튀니지 국경 부근 도시인 즈와라도 현지 군부대가 충성 대상을 바꾸면서 시위대의 수중에 떨어졌다.

이처럼 반정부 세력이 빠르게 서진할 수 있는 것은 주요 부족들이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리고 이탈 군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반정부 시위대가 1600km에 이르는 지중해 해안선 중 동쪽 절반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며 주요 유전지대도 시위대의 통제권 안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제 카다피 원수가 지배하는 지역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 해안 지역과 남쪽 사막 지역, 그리고 일부 중부지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리비아 영토가 위험한 상황으로 분열되고 있다며 카다피 정권의 지배권이 트리폴리와 그 인근을 벗어난 지역에도 미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리비아 전문가인 로널드 브루스 존 씨는 “부족장의 명령에 따라 많은 부족이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지만 트리폴리와 인근 지역의 주요 부족은 여전히 카다피 원수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에서는 ‘작은 정부’들이 출현하고 있다. 부족장과 주민 대표, 반란에 가담한 장교 등이 참여한 자치위원회가 일종의 정부 기능을 수행하며 정치적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교수 의사 시민활동가 등 60여 명이 23일 “과도정부를 세우고 헌법을 제정할 대표들로 의회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며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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