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서로 다른 군복을 입은 민병대와 용병 등 중무장한 비정규군 수천 명이 배치됐다”고 24일 보도했다. 미국 ABC방송은 “용병들이 노란색 모자로 피아(彼我)를 구분하고 있으며 시위대가 눈앞에 보이면 사정없이 발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동원한 비정규군은 1만여 명에 육박한다. 시위가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카다피 원수가 이렇게 조직적인 용병을 대거 동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카다피 원수에게 가장 믿음직스러운 비정규군 부대는 ‘이슬람여단(Islamic Legion)’이다. 카다피 원수는 1972년 아랍권을 수호하는 군대를 만들겠다며 사병조직을 만들었다. 사병은 대부분 가난을 피해 리비아로 들어온 이민자들이었다. 1981년에는 공무원으로 채용해 주겠다고 속여 파키스탄인 수천 명을 리비아로 데리고 온 뒤 이슬람여단의 사병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슬람-범(汎)아프리카 여단으로도 불리는 이 조직은 T-54, T-55 같은 구형 탱크를 무기로 주변국 곳곳에서 벌어진 각종 무력충돌에 개입해 왔다.
카다피 원수를 향한 이들의 충성심은 변함이 없지만 근래 실전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1990년 말리와 니제르에서 투아레그족(族) 반란 소탕작전 때 이슬람여단이 마지막으로 실전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카다피 원수는 이번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용병시장을 통해 7500여 명을 추가 고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가 전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리비아 용병이 되면 하루에 2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기니와 나이지리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광고 타깃은 실직 상태인 전직 용병들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내전을 겪은 나라에서 용병으로 활약한 전직 군인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리비아는 돈을 많이 주기 때문에 용병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실제 보수는 현금 대신 다이아몬드로 지급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 같은 동유럽 조종사들도 용병세력에 합류하려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준비된 용병’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용병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체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병대 ‘코만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특수부대 출신 등이 설립한 ‘샌드라인 인터내셔널’은 폭동을 진압하는 대가로 파푸아뉴기니 정부에서 3600만 달러를 받았다. 미국 정부도 ‘이지스 보안서비스’라는 업체를 통해 용병을 공급받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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