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각료와 고위 외교관, 군인들이 속속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지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겐 끝까지 곁을 지키며 운명을 함께할 ‘순장(殉葬)조’가 버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이 같은 ‘측근 중의 측근’으로 2명의 전현직 고위관료와 아들 4명을 꼽았다.
순장조로 지목된 관료는 군 정보기관 책임자였던 압둘라 알세누시와 무사 쿠사 현 외교장관이다. 카다피 원수와 동서지간이기도 한 알세누시는 1989년 170명의 사망자를 낸 프랑스 여객기 폭탄 테러를 배후조종한 혐의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결석기소된 바 있다. 쿠사 외교장관은 서방과의 리비아 핵무기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미국과의 관계 복원에 역할을 했지만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왕세자의 암살 시도에 개입한 전력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카다피 원수가 권좌에서 물러날 경우 프랑스와 사우디로 압송돼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카다피 원수의 7남 1녀 중에서는 평소 그에게 후계를 인정받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아들 4명이 최후까지 버틸 것으로 지목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 4명의 아들은 이제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키기에도 타이밍이 늦었다”고 분석했다.
이 중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최근 TV에 잇따라 출연하며 반정부 시위대와의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이프 알이슬람은 본래 친(親)서방, 개혁파 인사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사태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 같은 이미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 사이프 알이슬람의 이 같은 태도 돌변은 시위대에 의해 정권이 전복될 경우 자신을 포함한 카다피 일가가 처형 등 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4남인 무타심도 사이프 알이슬람과 함께 카다피 원수의 가장 강력한 ‘이너서클’로 꼽힌다.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는 무타심은 이번 시위대의 무력 진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축구선수 출신으로 현재 리비아축구협회장인 3남 사디, 러시아에서 특수군사훈련을 받은 막내아들 카미스도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이 깊다. 영국계 컨설팅 회사인 크로스보더 인터내셔널의 리비아 전문가 존 해밀턴은 “이들에게는 카다피와 운명을 함께하는 것 이외에 달리 돌아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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