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핏빛 금요일’이었다. 리비아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벵가지와 미스라타를 접수한 반정부 시위대는 25일 카다피 진영의 마지막 보루인 수도 트리폴리에서 예고한 대로 시위를 벌였고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측은 무차별 발포로 시민들을 쓰러뜨렸다. 카다피 원수의 명운이 걸린 하루는 결국 리비아 국민들의 처절한 비명 속에서 저물어갔다. 》 25일 오후 3시경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금요예배를 마친 수천 명이 “카다피는 물러나라”며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출발해 도심까지 행진에 나섰다. 트리폴리에서 조직화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15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리비아 전체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트리폴리에 거주한다.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카다피 진영은 처음엔 허공에 위협사격을 가하며 이들을 저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시위대를 향해 사격이 이어졌다. 군용차를 타고 쫓아가며 사격하기도 했다.
녹색광장 인근 알조마 거리에 있던 한 목격자는 “정부군의 발포로 주변에 있는 사람이 총에 맞아 숨지고, 다친 사람들이 거리에 뒹구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다른 목격자는 AP통신에 전화를 걸어 울부짖으며 “정부군이 여러 가지 총으로 무차별 사격을 하고 있다”며 “총에 맞은 사람들이 가는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 목격자와 전화 인터뷰 도중에도 총탄 발사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전했다.
한 제보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화를 걸어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자마자 총성이 들렸다. 지난 42년 동안 카다피가 얼마나 무자비한 사람인지 충분히 경험해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제보자 역시 “시위대는 본인의 안위보다 가족들을 더 걱정하고 있다. 카다피 진영은 시위대뿐 아니라 시위대의 모든 가족들한테도 복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트리폴리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친정부군은 팔에 녹색 완장을 찬 채 녹색광장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카다피 원수의 명령을 받은 정예군과 용병부대도 도시 안팎에 탱크를 집중 배치하면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이슬람사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요예배를 마치고 나온 이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오전 일찍부터 주요 이슬람사원을 포위했다. 또 성직자들에게 “평상시로 돌아가라” “선동에 속지 말라는 내용으로 설교하라”고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카다피 진영은 “25일 집 안에 있으라”고 다른 사람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100리비아디나르(약 9만 원)를 주겠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반정부 시위대는 “25일을 해방의 금요일로 만들자”고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AP통신은 트리폴리 집회를 대규모로 열기 위해 청년들이 여러 도시에서 출발해 트리폴리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한 시민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금요일 집회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죽게 되더라도 집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반정부 진영은 ‘수도 함락’을 돕기 위해 무장대원을 소규모로 나눠 보내는 방법으로 트리폴리 인근에 인원을 집결시켰다.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도중에 카다피 정부군에 발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정부 측 임시정부의 한 인사는 “우리는 트리폴리를 함락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며 “리비아의 모든 지역이 해방될 때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압둘 라흐만 알압바르 리비아 검찰총장이 사임했다고 알아라비야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알압바르 검찰총장은 “나는 리비아 검찰총장직을 사임하고 리비아 국민의 뜻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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