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제재 결의안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명줄을 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엔 결의안 1970호에서 카다피 정권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되는 내용은 카다피 국가원수 및 자녀 5명의 해외 자산 동결과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다. ○ 자산 동결 실효성은?
카다피 일가의 리비아 국내외 자산은 추정하기 쉽지 않지만 반(反)카다피 세력은 최소 800억∼최대 1500억 달러(약 90조∼169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른바 ‘카다피 주식회사’로 불리는 카다피 일가는 오일머니를 통해 축적한 돈과 이를 이용해 해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세계 각지의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카다피 일가가 집권 42년 동안 사업투자, 사치성 소비재 구매, 해외 부동산 구입 등에 쓴 돈이 대략 25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카다피 원수 및 일가의 주요 수입처는 700억 달러 규모의 리비아 국부펀드인 ‘리비아투자공사(LIA)’로 알려져 있다. LIA의 자산규모는 리비아 경제의 75%가량에 해당한다. LIA는 영국,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기업과 은행 등에 투자해왔다. 카다피 원수는 2008년 5남 한니발이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여성 종업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피소되자 스위스 은행 계좌에 있던 예금 약 63억 달러를 인출했다. 그의 아들들은 유럽 각지에 고급 대형저택 등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도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이 영국에서 1500만 달러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7일 카다피 원수가 지난주 비밀리에 영국 런던의 개인 자산 운용가에게 30억 파운드(약 5조5000억 원)를 입금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자산 동결 조치로 권력 엘리트층에 지위와 함께 지급해온 물질적 급부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그들의 충성도가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차출해온 용병들에 대한 대가 지불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 자산 동결에 카다피 일가의 재산이 아닌 리비아의 석유수출대금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 돈으로 카다피 일가가 더 버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다피의 차남 알이슬람은 27일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해외에 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수수한 가족”이라고 주장했다. ○ ICC 회부에 카다피 떨고 있을까
이미 시민학살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카다피 정권이 ICC 회부라는 카드에 주춤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어떻게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더 다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카다피 원수의 차남 알이슬람이 국제 언론에 거듭 나와 민간인 사망자 수가 부풀려져 있고 전투기 폭격도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ICC의 재판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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