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민주화 혁명 열기가 확산됨에 따라 최근 수년간 이 지역에서 자원 확보를 중심으로 실리위주의 팽창정책을 펴온 중국의 외교정책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내정 불간섭을 명분으로 인권과 민주에 배치되는 정권과도 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겨왔다. 핵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민주화로 독재정권이 차례로 쓰러지면서 중국도 역화(逆火)를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 ‘왕서방’ 식 팽창정책으로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은 1일 “서방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제재에 나선 것이 중국에는 기회로 작용해 중국과 이란 간 교역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과 이란 간 교역액은 2000년 25억 달러에서 지난해 293억 달러로 10배 이상 늘었으며 2015년에는 5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일 “중국과 이란 간 교역 증대는 서방과 일본 기업 등이 제재를 이유로 교역을 축소하거나 기업이 철수하는 틈을 타 이뤄진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은 “무기 등 금수 품목 무역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르푸르 지역의 소수민족을 탄압한 수단 정부에 항의해 철수한 서구 기업과는 대조적으로 수단 등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눈 덩이처럼 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모로코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중국과 아프리카 간 교역액은 2000년 불과 1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260억 달러로 늘었으며 10년간 누적 투자액도 10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2009년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이 됐다.
중국은 리비아에도 석유 개발과 철로 건설 등으로 3만6000여 명의 근로자를 파견했다. 최근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27곳의 건설 현장 등이 피습당하자 중국은 군함과 군용 수송기까지 동원한 자국민 탈출 작전을 벌여 1일까지 3만2000여 명을 탈출시켰다. ○ “리비아 사태는 중국에도 경고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동의 민주화 혁명에 대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이 미국의 패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의 엉뚱한 주장으로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인권과 민주화 등 명분을 저버리는 외교노선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이서우쥔(崔守軍) 런민(人民)대 국제에너지전략연구중심 주임은 최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진행하는 상당수 에너지 협력 계약이 합리적인 사업 계약보다는 권위주의 정권과의 양자 관계에 기초하고 있어 정치적 격변이 발생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인권과 민주를 억압한 정권이 타도되면 이 정권과의 관계에서 얻었던 기득권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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