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軍, 석유 거점도시 이틀째 폭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전날엔 6시간만에 퇴각… “원유시설 확보 장기전 대비”
클린턴 “소말리아化가능성”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반정부 시위대 간의 내전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측이 원유시설과 유전지역을 놓고 사활을 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카다피 원수의 친위부대는 2, 3일 이틀 연속 동부지역의 석유 거점 도시 브레가를 폭격했다. 동부지역을 되찾기 위해 카다피 원수 진영이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3일 오전 친위부대 폭격기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740km 떨어진 브레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친위부대는 2일에도 브레가를 공격해 석유시설, 비행장 같은 주요 시설을 차지했지만 150km 떨어진 벵가지 등에서 반군 지원군이 도착하면서 6시간 만에 퇴각했다.

브레가는 리비아에서 원유가 두 번째로 많이 나는 지역으로 정유시설과 항구를 갖추고 있어 이곳을 점령하면 원유 수출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랍 위성TV 알자지라는 “카다피가 동부지역으로 향하는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브레가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이날 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선적 터미널이 있는 라스 라누프와 가장 큰 유조선 터미널이 있는 앗시데르도 공격했다. 이들 도시가 위치한 리비아 동부의 시테르만 지역은 리비아 원유 수출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해외 자산 동결 조치 등으로 군자금 확보가 어려운 카다피 원수가 장기전에 대비해 동부지역 유전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다피 진영의 공세를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힘 빼기’ 작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내전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반군은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군이 2일 “카다피 친위부대를 겨냥해 공습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바로 그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반정부 시위대의 요청을 잘 알고 있고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개입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리비아 사태가 소말리아처럼 길고 긴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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