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들이닥친 보안군들이 환자들을 창밖으로 내동댕이치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 타주라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3일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리폴리의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지난달 25일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뒤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장악한 수도 트리폴리 구석구석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섰던 ‘부역자’ 색출과 보복이 한창이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타주라는 트리폴리 중심에서 동쪽으로 14km 떨어진 외곽으로 이번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알자지라와 인터뷰한 이 의사는 “내동댕이쳐진 환자들을 보안군이 트럭에 싣고 어디론가 갔다”고 전했다. “교도소에서도 반정부 성향이 강한 죄수들은 음식을 제대로 배급받지 못해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증언도 나왔다.
AP통신은 친정부 민병대가 사진, 비디오,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타주라 주택가를 돌면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조 확인해 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생 두 명이 이들에게 끌려갔다는 한 남성은 “제복을 갖춰 입고 무장한 민병대원들이 차량 17대에 나눠 타고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대문 자물쇠를 총으로 쏴 열고 들어와서는 동생들을 데려가면서 패물도 훔쳐갔다”며 “임신 6개월 된 제수씨까지 폭행을 당해 입원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 색출이 도를 더해 가면서 실종자도 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트리폴리 남부 카다피 국가원수 관저가 있는 바브 아지즈 요새 근처에서는 열두 살 된 소년이 등굣길에 납치되기도 했다. 시위대 체포 건수를 늘리려는 민병대의 소행으로도 보이지만 보안군을 빙자해 몸값을 노린 유괴범들의 소행이라는 주장도 있다.
트리폴리에서는 2일 카다피 원수의 “최후까지 싸울 것”이라는 연설이 끝난 직후 친정부 시위대 수천 명이 카다피 옹호 시위를 벌였는데 참석자 중에는 보안군이 억지로 끌고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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