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에 놀란 중동국가들 앞다퉈 개혁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8일 10시 39분


튀니지와 이집트의 장기 독재정권 축출을 이끌어낸 반(反)정부 민주화 열기가 확산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앞다퉈 변화와 개혁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사태를 방치할 경우 자칫 현 정권과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와 야권 세력의 저항이 끊이질 않고 있어 정정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 예멘 대통령 대화 요청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자 7일 사태 해결을 위해 전국의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대화를 요청했다.

국영통신은 이날 살레 대통령이 정치·정보 책임자들과 회의를 가진 후 전국협의회를 통한 대화를 촉구했다면서 회의는 10일로 예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 대표 야신 사이드 누만은 "살레 대통령이 연말까지 퇴진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항구도시 아덴에서는 이날 학생들을 주축으로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진압에 나선 경찰이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1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도 사나의 교도소에서도 총성이 들렸으나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요르단 부패척결 강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정부기관의 부정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반부패 기구의 활동을 보장할 것임을 약속했다.

압둘라 2세는 이날 반부패 부서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이 나라에서 부패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에 조사활동에 한계는 없다"면서 "왕실을 비롯한 모든 기관은 조사를 받아야 하고, 죄가 있다면 법정으로 보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정부 관계자도 내 뒤에 숨어서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라 일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압둘라 2세의 이런 발언은 최근 정부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면서 정치 경제 개혁을 위해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하고 있음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의 후세인 탄타위 위원장은 이날 압둘라 2세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양국간 전통적 동맹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혀 요르단 정부에 힘을 실었다.

◇ 이집트 '과거청산'

이집트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 이후 과거 청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 과거 정권의 부정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소각,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보기관 관리 47명을 체포해 15일간 구금하면서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보기관이 무바라크 정권 시절 자행된 갖가지 인권침해 사례를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없애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시위대가 국가안전보장국 본부에 난입해 보안수사대(SSI)의 해체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데 대한 대응으로 분석했다.

직원 수만 10만 명에 이르는 국가안보국은 광대한 정보원망을 운용하면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 고문 등 각종 인권침해에 폭넓게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6일 내무, 외무, 법무장관을 교체한 에삼 샤라프 신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우선 과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되찾아 경제를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쿠웨이트 모로코도 정정 불안

쿠웨이트에서도 청년단체인 '5번째 펜스'와 '카피(Kafi)' 등을 중심으로 2006년 취임한 셰이크 나세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 시위자들을 결집하고 있어 튀니지발(發) 반정부 시위 물결이 쿠웨이트에도 밀어닥칠지 주목된다.

모로코는 현 정권이 직접적인 퇴진 위협을 받고 있지 않으나 일부 반정부 세력이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며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야당 대표가 개헌 필요성에 대해 "왕의 팔을 비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등 비교적 온건한 분위기여서 비교적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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