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8.8강진-쓰나미 대재앙]日기상청 오보로 피해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2일 03시 00분


“쓰나미 5시쯤 올것”… 실제는 3시반 급습

세계에서 지진 대비에 가장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기상청도 11일 일본 열도를 집어삼킨 규모 8.8의 지진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지진을 전혀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 시민들이 지진을 체감하기 불과 1분 전에야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지진의 2차 피해인 쓰나미 도달 시간을 당초 지진 발생 시간인 오후 2시 46분에서 2시간 후인 5시경으로 예보했으나 쓰나미는 이미 3시 반경부터 일본 태평양 연안 도시를 덮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야기(宮城) 현과 후쿠시마(福島) 현 등에서는 해변 지역에 바닷물이 역류하면서 가옥이 무너져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200∼300명이 집단적으로 희생됐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의 규모도 당초 미야기 현(10m)을 제외하고는 모두 1∼6m로 예상했으나 점점 예보수준을 높여 12일 0시 현재 일본의 거의 모든 태평양 연안에 10m급의 쓰나미 경보로 확대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 규모를 7.9로 발표했다가 8.8로 재조정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날 지진은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만큼 파괴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지진의 에너지가 워낙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위력적이어서 기상청이 예상한 쓰나미 도달 시간이나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틀 전인 9일에도 이번 지진의 전진(前震)이라 할 수 있는 규모 7.3의 강진이 동북부 지역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기상청의 대응을 놓고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본 기상청 측은 규모 7.0 정도의 강진 직후 큰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특이한 사례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면 이번 지진의 경우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인 미야기 현 오시카(牡鹿) 반도가 50km 이상 떨어져 있어 육상에 전달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 하지만 대형 쓰나미가 미야기 현과 이와테(巖手) 현 등 도호쿠 지방 해안을 덮쳐 농경지와 도로, 가옥, 차량 등을 삽시간에 휩쓸고 지나가 피해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해안에서 10km 지점까지 쓰나미가 덮칠 정도여서 기상청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일본 기상청은 12일 0시 현재 대(大)쓰나미 경보를 아예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사실상 일본의 전 태평양 연안으로 확대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일본 열도 태평양 연안에 10m 이상의 2, 3차 쓰나미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쓰나미 경보가 발효된 미야기(宮城) 현, 이와테(巖手) 현 등 피해 지역에 해상 자위대의 모든 함정을 급파했다. 또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군용기 8대를 배치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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