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에 비친 日 시민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3일 16시 45분


사상 최악의 지진을 겪고도 변함이 없는 일본인들의 시민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외국 기자들과 현지 방문객들에게 경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본심이야 어쨌건 간에 타인에게 항상 예의를 갖추는 일본의 문화는 위기 때도 변함이 없더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3일 도쿄에 급파된 자사 기자가 보고 들은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진으로 가옥이 흔들리면서 넘어진 책장에 발목을 크게 다친 히로코 야마시 씨는 응급조치를 위해 찾아온 의료진에게 거듭 미안함을 표한 뒤 "나보다 먼저 찾아갔어야 하는 사람들이 없었느냐"고 물었다고 LAT의 로라 킹 기자가 전했다.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을 입에 달고 사는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사과' 문화가 본심보다는 의례적 행위의 측면이 있지만 위기 때는 국민들을 한데 묶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LAT는 분석했다.

또 킹 기자는 도쿄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 만난 일본인 승객들은 서로 상대에게 어려운 사정이 없는지, 도쿄 안에서 돌봐줄 사람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고 전했다.

또 도쿄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질서정연하게 타고 내렸고, 열차 실내는 극도로 조용했다고 소개했다.

지하철 승객들은 지진 당일인 11일 어떤 일을 겪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엔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엔 몇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힌 일, 건물 책상 아래로 대피해야 했던 일 들을 털어놓는 친절을 보였다고 킹 기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호주의 뉴스통신사 AAP는 같은 날 도쿄에서 시드니로 돌아온 한 호주인 부부의 눈에 비친 일본인들의 모습을 전했다.

도쿄에 체류했던 대릴 주드씨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자 도쿄의 호텔들은 통근자들이 로비로 들어와 대기하도록 문을 열어줬다"며 "직원들은 2교대로 일하면서 로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또 부인인 마리아 주드씨는 "도쿄의 일본인들은 정말로 열심히 남을 도왔고, 차분했다"면서 "그들은 하던 일을 잠시 접고 우리 같은 사람(외국인)들을 도와줬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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