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열도를 강타하면서 한반도 역시 지진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도 규모 5 이상의 강진이나 쓰나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 과거 한반도 지진은?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반도에서는 총 891회의 지진(규모 2.0 이상)이 발생했다. 가장 컸던 지진은 1980년 1월 8일 평북 의주, 삭주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이다. 2004년 5월 29일에도 경북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가 100%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 한반도가 유라시아 판의 중심부 쪽에 있더라도 일본 대지진처럼 판의 경계에서 계속 지진이 발생해 중심부로 힘이 전달되면 충격이 축적됐다가 대형 지진으로 변환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은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숙종 7년(1681년)에 ‘강원도에서 지진이 일어나 소리가 우레 같고 담벼락이 무너졌다’고 적혀 있다”며 “이 정도면 규모 7 이상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쓰나미도 위험하지만 대비 소홀
쓰나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1993년 7월 12일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 섬 서북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과 지진해일로 국내 해안지대에 3억90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관계자는 “일본열도의 서쪽인 동해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동해안까지 1시간 반 정도면 온다”고 경고했다. 현재 정부는 지진해일 피해가 우려되는 부산 울산 강원 제주 등 7개 시도 33개 시군구 238곳에 지진해일 예·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해안의 경우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는 등 대비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3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을 취재한 결과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동해안에는 시군 재난안전대책본부장 명의의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설치돼야 한다. 강릉항과 강문항에도 대피 안내판이 있지만 인적이 많은 상가 밀집지역이 아닌 항 입구, 해경 파출소 등에 설치돼 있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설치됐다가 땅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철거됐다”고 말했다. ○ 지진재해 인프라 결여돼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보다는 내진설계 취약 등 지진재해 대응 인프라가 결여된 점이 더 큰 위험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축물 680만여 채 가운데 내진설계 대상인 높이 3층 이상, 총면적 1000m² 이상 건축물은 100만여 채이다. 이 중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16만여 채(16%)에 불과하다.
내진설계는 1988년에 6층 이상, 10만 m² 이상 건축물에 도입됐다가 1995년 5층 이상 아파트, 총면적 1만 m² 이상 건축물로 대상이 확대됐으며 2005년부터는 지금의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관련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축물은 내진을 위한 보강 공사가 필요하지만 민간 건물이 내진 보강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은 2009년 3월 국회에 제출된 이래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이 법은 11일에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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