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기능이 마비됐던 일본 도쿄는 지진 발생 3일째를 맞아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시민들은 좀처럼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주말이면 여행객과 쇼핑객으로 붐비는 도쿄 번화가 긴자(銀座)는 13일 오후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긴자 중심가에 몰려 있는 쇼핑가는 아예 철수한 상점도 있었고 문을 연 곳도 종업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손님은 거의 없었다.
긴자에서 가까운 황궁 주변 유서 깊은 명소인 히비야 공원은 여느 해 같으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벚꽃을 보기 위해 나들이객으로 붐볐을 테지만 공원 곳곳의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지하철과 버스가 정상 운행되는 등 외견상 도시는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지만 시민들의 정신적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은 듯하다.
세타가야(世田谷) 구 요가(用賀)에 사는 한 주부는 “슈퍼마켓에 가도 예전처럼 물건이 충분하지 않다. 달걀을 사러 나왔지만 동이 나 구할 수가 없었다”며 “지진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 데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물건을 자꾸 사두고 싶다”고 했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가동 중지로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도쿄의 백화점은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백화점들은 폐점 시간을 평소 오후 8시에서 2시간 빠른 오후 6시로 앞당겼다.
도쿄 서쪽에 있는 지바(千葉) 현 해안가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특히 지바 현 이치하라(市原) 시 코스모석유 액화석유가스(LPG) 기지는 지진 첫날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3일째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모두 22개의 LPG 탱크 가운데 10개 이상에 화재가 발생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또 화재 폭발로 일부 시설이 망가지면서 중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오일펜스를 치고 피해 확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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