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준비를 위해 12일 아내의 고향인 일본 미야기(宮城) 현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홍창휘 씨(35)는 11일 대지진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루만 출발이 빨랐거나 지진이 하루만 늦게 왔어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 씨는 “우리는 참사를 피했지만 일본에 남아 있는 아내의 가족이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라며 “현지와 전화 연락이 두절돼 아내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지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건너 한국에서 고향의 참사를 전해들은 일본 관광객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나고야에서 가족들과 서울로 여행을 온 미즈노 도루(水野徹·45) 씨는 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뒤흔들리던 찰나 일본 땅을 떠났다. 미즈노 씨는 “출발 직전 나고야에도 진도 3 정도의 지진이 느껴졌지만 그 정도는 자주 있는 지진이기 때문에 이렇게 큰 지진이 났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구조를 위해 전화를 걸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을 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각 여행사에는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기 위해 항공권을 구하려는 일본 관광객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대부분 일본인 여행객들이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려고 한다”며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이 폐쇄됐다는 소식에 다른 공항으로의 귀국을 문의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도쿄 출신의 한 일본인 관광객도 “17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가족들이 걱정돼 일정을 취소하고 14일 곧 바로 출국할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진 여파로 일본행 비행편도 차질을 빚었다. 13일 오전 8시 인천공항에서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일본항공(JAL) 950편이 결항했으며 센다이 공항과 이바라키 공항이 폐쇄돼 이곳으로 이착륙하는 모든 비행편이 취소됐다. 일본을 탈출하려는 한국인들로 일본 공항 역시 북새통을 이뤘다.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의 한국행 항공편은 14일까지 모두 만석이다. 일본 항공편 운항 문의는 인천공항(1577-2600), 김포공항(02-266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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