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대변하면서 국무부의 ‘입’ 역할을 했던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사진)가 13일 전격 사임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미 국무부 전문(電文)을 유출한 혐의로 버지니아 주 콴티코 미 해병대 훈련기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군 당국의 조치를 비난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책임지겠다며 물러난 것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10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매닝 일병이 밤에 벌거벗은 채로 잠을 자도록 한 것은 터무니없고 비생산적이며 어리석었다”며 국방부를 비난했다. ‘외교정책과 연관된 뉴 미디어의 혜택’을 주제로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세미나에서 그의 발언 내용은 하버드대 니먼 저널리즘 펠로로 있는 필리파 토머스 영국 BBC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앞서 미 언론들은 콴티코 미군기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매닝 일병이 창이 없는 조그만 독방에 하루 23시간 감금돼 있으며 밤에는 자살을 막는다는 이유로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은 채 잠을 자야 했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에 전문을 유출한 것이 이적행위라는 것을 포함해 총 22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아직 기소 전 단계로 군 당국의 가혹한 대우가 논란을 불렀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날처럼 도전적인 시기와 가차 없는 언론 환경에서 권력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우리의 법과 가치에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닝 일병에 대한 처우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소신에서 나온 발언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