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미야기현의 부모-동생과 연락이 안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서울주재 현사무소 아베 소장

“요즘 매일 미야기(宮城) 현청 동료들의 전화를 받아요. ‘직원 누구의 아버지가 죽었다’ ‘직원 누구의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그런 소식들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에는 하루 종일 무거운 공기만 감돌았다.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에는 일본 현지의 가족 및 친지 소식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4일이 지난 현재는 대부분 생존 가능성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사무실에 켜 놓은 TV에서는 계속해서 지진 소식이 나왔지만 관심을 기울이는 직원은 드물었다. 급기야 한 직원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TV 전원을 껐다.

아베 다가오(阿部貴夫·47·사진)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 소장은 “부모님과 동생 내외, 두 살배기 조카들 모두 피해가 가장 심한 미야기 현 구리하라 시내에 살고 있다”며 “지진 발생 전날 밤에도 통화를 했는데 지금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소장은 미야기 현청에서 근무하다 2년 전 서울 사무소로 파견됐다. 미야기 현은 그의 선조부터 약 300년을 넘게 살아온 고향이다. 한국에서 TV로 본 고향은 하루에만 200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된 대참사의 현장으로 변했다. 그가 어릴 적 뛰놀던 학교운동장은 물에 잠겼고 눈에 익숙했던 산과 들은 모습조차 알 수 없게 변했다.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지만 그는 지진 피해로 인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고향으로 가지도 못하고 있다. 아베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지진이 일어난 이후 미야기 현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찾아달라며 수소문을 하고 있다”며 “나도 고향으로 바로 달려가고 싶지만 업무를 놓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가족이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베 소장은 “조국의 상황이 많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도와주는 한국인들을 보며 큰 위로를 받고 있다”며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야기 현 지진 성금 송금처-예금주 사)미야기현서울사무소 계좌번호 국민은행 411401-01-225230 문의 02-725-3978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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