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조대 지진현장 수색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 파견된 한국 119구조대원들이 15일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변한 센다이 시 미야기노 구 인근 마을에서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센다이=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인도네시아, 중국, 아이티까지 지진 현장에 모두 다녀왔지만 이렇게 처참한 건 처음입니다.”
백근흠 한국긴급구조대 2팀장은 15일 센다이(仙臺) 지역 수색 작업을 마친 뒤 탄식을 쏟아냈다. 그는 “어제 지진해일(쓰나미)에 직접 타격을 받은 아라하마(荒濱)에서 수색 작업을 했는데 (쓰나미가) 정말 다 쓸고 가 아무것도 없더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긴급구조대가 센다이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수색, 구호 작업을 시작했다. 일본에 파견된 한국 긴급구조대는 총 105명으로 행정·보급을 담당하는 14명을 제외한 91명이 이날 오전 8시 반경부터 재해 현장에 투입됐다.
구조대가 도착한 피해 지역은 무너진 건물 잔해, 자동차, 나무가 폐허처럼 뒤엉켜 있었다. 평온한 주택가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은 온통 바다에서 밀려온 뻘로 가득했다. 뻘이 신발에 붙어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바닷가 쪽은 더욱 황량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수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무너진 집에서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수색 중 구조대를 발견한 한 주민이 급히 달려와 “저쪽을 한번 찾아봐 달라”고 애원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동성 구조대장은 “생존자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수색하겠다”고 말했다.
수색 작업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니 대피하라’는 경보에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비까지 내려 방사선 피폭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 구조대는 자동차로 돌아가 방호복을 입고 방사성 물질 검침기로 검사를 마친 뒤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이 대장은 “방사선 수치가 높아지면 즉시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조대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사력을 다해 구조 및 수색활동을 벌여 남성 5구, 여성 7구 등 총 12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초 구조대는 시신 발견만 하기로 했지만 현지 인력이 부족해 자동차에 갇힌 시신을 직접 꺼내 구급차에 싣는 등 시신 수습에도 참여했다. 현장의 일본 주민들은 한국 구조대에 연방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종보 소방장은 “보통 10일마다 대원이 바뀌지만 사정이 워낙 안 좋아 활동 기간이 길어질 것 같다”며 “샤워는 꿈도 못 꾸고 물티슈로 닦을 때도 있지만 끝까지 자부심으로 버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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