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갈등 바레인서 폭발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바레인 진입 사우디 병사… 시위대에 피살 긴장 고조
이란 “파병 용납 못한다”

걸프협력회의 공동방위군(GPSF) 소속 사우디아라비아 군대 1000여 명과 아랍에미리트(UAE) 경찰 500명이 바레인 민주화 시위 진압을 위해 진주하자 중동 내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수니파 왕정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 연합군이 동료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군을 파견한 것은 1981년 기구 창설 이래 처음이다. 이에 시아파의 맏형 격인 이란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는 바레인에 파병된 사우디군 병사 아흐메드 알라다기라 병장이 시위대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시아파가 중심이 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중심가 진주광장에서 사우디 대사관 쪽으로 행진하며 사우디 군대의 진입을 비난했다. 시내 중심가는 이날 아침부터 대다수 상가가 문을 닫았으며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는 경찰이 봉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14일 오후 파드왕 다리를 통해 바레인에 진주한 사우디 군대 규모는 1000여 명의 병력과 무장차량 150대, 구급차와 지프 등 군용차량 50대 등이다. 바레인 정부는 “사우디 군대가 석유 공장과 전기 시설, 은행 같은 국가 기간시설의 보호를 위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셰이크 하마드 바레인 국왕은 성명에서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면서 “이 기간에 바레인군 총사령관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밝혔다.

바레인의 고민은 사실 GCC 회원국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다.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수니파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시아파 주도 반정부 시위가 자칫 GCC 내 전체 시아파 세력의 동요를 부르고 결국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개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 명(외국인 노동자 포함 인구는 130만 명)의 70%가 시아파임에도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수니-시아파 간 갈등이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시아파 세력 대부분이 이란과 가까운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이 정유시설이 있는 유전 지역이어서 시아파의 시위가 본격화될 경우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편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바레인 시위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국군 파병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바레인 국민은 평화적으로 정당한 요구를 표출해 왔는데 이를 폭력으로 응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들의 요구가 올바른 경로를 통해 충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레인 정부를 향해 “폭력과 무력은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전날의 원칙적인 수준의 입장 표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우디군 진입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에 바레인 정부는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맞받았다.

미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바레인은 미국의 중동 전략에 등대 역할을 하는 제5함대 기지가 있는 친미 국가이다. 백악관은 이날 사우디군 개입 문제에 대해 “지역 안정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을 위한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원론적 태도만 보였다.

이와 관련해 14일 뉴욕타임스는 테러와의 전쟁, 대(對)이란 견제에서 찰떡 공조를 보여 온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긴장관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버리지 말라는 요구를 미국이 거절한 것에, 미국은 사우디군이 바레인에 전격 진입한 데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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